이 글은 1950년대 한국영화의 반공 서사에 나타난 여성 인물을 살펴, 1950 년대의 반공주의 영화 서사, 그리고 여성 표상의 상관성을 고찰하고, 이를 통 해 국가 이념과, 서사체로서의 영화의 자율성이 만나는 가운데 일어나는 긴장 과 균열, 그리고 그것의 의미를 구명하고자 한다. 대상 텍스트는 국책 선전영 화로 제작되어 반공주의가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는 <불사조의 언덕>(1954), <자유전선>(1955), <격퇴>(1956)과 액션물, 스릴러 등 장르 문법 속에서 남 북한 대치상황을 배경으로 함으로써 당시의 국시인 ‘반공주의’로부터 자유로 울 수 없었던 영화들인 <운명의 손>(1954)과 <피아골>(1955)이다. <불사조의 언덕>, <격퇴>에서의 ‘반공 논리’는 ‘가부장적 가족’, ‘민족’, ‘기독교’, ‘미국과의 동맹’이 친연적 결합관계를 형성하며 도덕성을 담보하고, 그 도덕성을 전제로 한 흑백논리의 성격을 띤다. 이는 서사에서는 가족을 파 괴하는 공산군에 대적하여 기독교 가족이 저항하는 구도를 형성한다. 여기에 가족을 구하는 것은 미군과 국방군이다. 이때 여성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담 당한다. 첫째는 어머니나 아내로서 집안의 남성들이 잘 싸우도록 보살피고 헌 신하면서 승공에 기여하는 것이고, 둘째는 헌신하다 희생됨으로써 공산주의 의 부도덕성을 폭로하고 공분을 유발하는 매개가 되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여성은 서사에서 희생과 헌신의 화신으로, 무력한 피해자의 표상으로 활용된 다. 그런데 <자유전선>에서는 ‘어머니’로 표상되는 구세대에게는 그러한 역 할을 지우는 한편, 능동적이고 사회 참여적인 신세대 여성인물을 통해서는 반 공의 명분을 논리적으로 표방케 함으로써 시대의 새로운 요구를 드러낸다. 이 는 가족질서의 재편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여성에 대한 반공주의의 요구도 확장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반공 이념을 충실히 서사화하는 국책 영화들과 달리, 반공 이념의 고취가 주목적이 아닌 <피아골>과 <운명의 손>에서는 반공의 도식과 영화 장르 문 법, 그리고 서사의 자율성이 타협과 균열을 일으킨다. <피아골>의 주인공 애 란은 ‘눈물’로 상징되는 ‘여성성’을 되찾으면서 ‘산짐승’에서 ‘인간’으로 전향한 다. 그런데 애란이 인간으로 거듭나는 계기로서 작용하는 ‘여성성’이 균열을 드러냄으로써 그것은 반공주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거점으로서의 취약함 을 드러내며, 회복되어야 할 ‘인간성’의 핵심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이로써 애란이 획득하는 ‘여성성’은 도식적인 흑백논리로는 수용할 수 없는 ‘모호한’ 영역을 형성한다. 이러한 모호성은 <운명의 손>에서도 드러난다. <피아골>에서 공산주의 자 집단 내부에 프로타고니스트와 안타고니스트를 설정할 때 반공주의로는 포획할 수 없는 서사 전개로 인해 이분법 구도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 안에서의 이념 대립도 이념에 기반하는 선악구도의 긴 장을 유지하기 힘들게 되면서 균열을 드러낸다. 이로 인해 결국 마가렛은 끝 까지 이념을 포기한다고는 말하지 않은 채 ‘적’이 분명치 않은 ‘적탄’에 죽고 싶지 않다는 모호한 명분을 내세우며 연인의 손에 죽어간다. 이러한 죽음의 선택은 <피아골>에서의 애란의 방황과 동일한 영역을 형성한다. 이러한 ‘모호성’은 1990년대 이전까지의 영화를 통틀어 반공 서사의 한계 점을 보여준다. 1950년대에 그 한계점이 그어졌다는 것은 1950년대의 특이성 이자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울러 현대사의 질곡과 함께 그 안에서 여 성의 행동 영역이 얼마나 한정되어 갔는지를 암시한다.
<격퇴>(1956)
<불사조의 언덕>(1954)
<운명의 손>(1954)
<자유전선>(1955)
<피아골>(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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