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일본계 미국인 요코 가와시마 웟킨스의 자전소설 『요코 이야기』는 2차대전 패전국 소녀의 고통만을 되살림으로써 영어권 청소년들에게 아시아에서의 역 사적 가해자/피해자에 대한 전도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한민족 독자들의 분노를 촉발시킨 바 있다. 미국 『교사 가이드』에서 『요코 이 야기』와 동시에 읽힐 것을 권장하고 있는 최숙렬의 『떠나보낼 수 없는 세월』은 요코와 비슷한 시대, 비슷한 나이의 소녀를 등장시켜 『요코 이야기』와 기 억의 전쟁을 벌이는 일종의 대항소설이다. 웟킨스가 소설로 형상화한 자기 삶의 심상지리(imagined geographies)가 미국인들이 상상해온 태평양전쟁의 심상지리와 맞아떨어짐으로써 『요코 이야 기』는 미국 교육제도가 인정하는 정전(正典)의 자리를 확보한다. 『요코 이야 기』에서 전쟁이란 곧 진주만 이후의 태평양전쟁이다. 즉 일본이 러시아, 중국 등과 벌인 제국주의 전쟁, 조선을 식민지화하고 조선 항일세력을 말살하기 위 해 벌인 수많은 전쟁은 『요코 이야기』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최숙렬은 바로 그 지점에서 ‘기억의 전쟁’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웟킨스와 미국이 보지 못하거나 드러내지 않는 한반도에서의 또 다른 전쟁을 증언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야말로 역사 교사 최숙렬을 소설가로 탈바꿈시킨 원동력인 것이다. 최 숙렬은 한반도에서의 식민지/피식민지, 가해/피해 사실을 열거하고 되새기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전형적인 심상지리를 직조한다. 그러나 이렇게 평 행선을 달리는 최숙렬의 대항서사도 반공산주의(反共産主義), 미국에 대한 호감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요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결국 웟킨스와 최숙렬, 두 아시아계 미국인 ‘모델 마이너리티’들이 호출하고 제작한 모범적이 고 상식적인 텍스트인 이 작품들에는 ‘정의롭고 선한 미국’, ‘악의 기원 공산주 의’라는 서사가 이미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ꡔ요코 이야기ꡕ가 고집하는 서사적 ‘완결’에의 욕망은 적의 전쟁에 강제 동 원되었던 조선인 성노예, 학도병과 같은 타자와 부조리한 사건의 존재를 인지 하지 못하며, 진실이 작가가 재현한 현실 너머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용납하지 않는다. 내셔널 히스토리의 타자를 부인하는 것은 『떠나보낼 수 없 는 세월』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요코 이야기』는 여전히 전쟁의 폭력을 현 재의 서사로 살아가는 수많은 아시아인들의 부름과 호소에 대한 무책임한 응 답이다. 『떠나보낼 수 없는 세월』 또한 녹록치 않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피 해자 민족주의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대항서사로서 여러 측면에서 ꡔ요코 이 야기ꡕ의 한계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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