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글은 1960년대 혁명과 시, 그리고 여성성의 상관관계를 논구하기 위해김수영과 신동엽의 시에 나타난 여성표상을 분석한 논문이다. 소위 1960년대대표적인 참여시인인 이 두 시인의 혁명 시에서 여성이 매우 중요한 표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수영의 경우는 여편네라는 비하적 표현을 통해서 부인을 경계하는 듯 하지만, 실은 그에게 부인은 ‘사랑하는 적’으로 오히려 문학의 악을 실험하고,자신의 위선을 깨닫게 하는 ‘선’한 존재이다. 또한 아내와 식모 순자는 위선을모르고 이성으로 대상을 재단하지 않는 순수 직관의 표상이기도 하다. 이들의존재성을 통해 김수영은 ‘너무나 간단해서 어처구니 없는’ 대자연의 순리를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단순한 자연의 카오스적 운동이 곧 혁명의 진리임을 깨닫고 이를 시적인 경지로 승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그에게 ‘무수한 반동’으로서 ‘거대한 뿌리’를 인정하게 하고, ‘만주’라는 역사를 기억하게하는 깨달음을 주는 존재가 된다. 그 안에서 그는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죽음 반 사랑 반’의 존재로 자각하게 된다. 선/악의 이분법적 도식을 뛰어넘어진정한 ‘선’의 경지에 도달했듯, 그는 여성이라는 적과의 대결을 통해서 그는남성/여성의 이분법적 도식을 뛰어넘는 존재론적 인식을 이룩한다. 그리하여그는 반시론의 경지에 가 닿게 된다. 그는 결국 여성들과의 대결, 그리고 이로인한 여성성의 성찰을 통해 시적인 경지를 획득한 것이다. 그에게 여성은 시와 혁명의 경지에 가장 가까운 존재였다. 신동엽의 경우는 모성적 유토피아를 실패한 혁명적 미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는 서구적 이성에 의해 시행된 제국주의, 국가주의, 전쟁, 폭력이라는남성적 근대에 대한 반발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모성성은 백제라는 수난과 부활의 공간 표상으로 등장하며, 폭력적인 남성성을 순화시켜 줄 성스러운존재로서 제시되기도 한다. 그에게 여성적인 것(모성성)은 곧 이 민족이 이룩해야 할 유토피아적 전통의 상징이 된다. 이처럼 이 대표적인 혁명 시인들에게 ‘여성’은 그들의 시에서 혁명의 경지에 다다르는데 많은 깨달음을 전해준 매개이자, 혁명적 미래를 계시하는 메시아적 존재이다. 그리고 혁명의 시적 실현체로 존재한다. 이러한 점은 남성 중심적인 근대의 기획, 국가의 기획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한다. 이들에게는 국가중심으로 진행되는 근대화의 기획에 대한 환멸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만큼 국가주의라는 남성성에 대한 안티테제로여성적인 것이 요청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이들의 혁명과 여성의 연관된 논의 속에서는 ‘전통’이라는 개념이 틈입한다. 이는 1960년대 지식인들이 국가주의적 기획에 대항하기 위해 세워야했던 새로운 공동체의 이념체로서 그들과 다른 혁명적 ‘전통’을 세워야 했던저간의 당위성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이들에게 ‘전통’은 일반적 의미의 전통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지점이 있다. 신동엽에게 전통은 단지 과거의 것이 아니라 혁명적인 것, 신비로운 경이로운 광채 하에 구성되는, 미래로 유예된 시간의 선물이 된다. 이러한 전통의 신성화 역시 이성적인 유토피아 기획이 불가능한, 당대의정치적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국가주도의 자본주의 경제국, 혹은 교과서적인서구적 민주주의이외에는 더 이상 어떠한 논리적이고 이념적인 사회상을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시기에 출현한 유토피아는 분명 미적인 것, 신비로운것, 과거의 것, 초월적인 것, 신성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성적인 것’을혁명적 지식인, 시인들이 전유한 것도 이러한 상황에 기초한다. 여성들은 이성적인 것을 기반으로, 권력을 추구하는 국가주의의 남성성에 대항하는 신비로운 것, 과거의 곳, 초월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1960년대는 여성적인 것이 ‘시적인 것’ 혹은 ‘신성한 것’, ‘혁명적인 것’으로 등장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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