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고는 여성작가의 글쓰기와 여성지성의 생산이 접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지성이 학교제도, 매체, 문학 장 등을 통해 구축되는 방식, 여성지성이 담론 장이나 실천의 장에 배치되는 방식, 시대의 의제에 대응하는 여성작가들의 글쓰기 방식을 살펴볼 것이다. 대상 시기는 근대초기부터 1990년대로 한정한다. 먼저 나혜석, 김일엽, 김명순 등 제1기 여성작가들은 근대적 교육의 필요성,‘여성도 국민이다.’라는 평등주의 이념, 여성지식인으로서의 역할 등을 자신들이 창간한 잡지나 주도적으로 참여한 잡지를 통해 ‘계몽적 수사학’으로 표출하였다. 근대 초기 여성지식인들의 작가-되기는 스스로를 공적 담론 장 안에서 글쓰기 주체로 주조하는 적극적인 실천행위였다. 근대 초기 여성작가들에 의해 시도되었던 계몽의 수사학, 권고와 요구에기반한 동원의 수사학은 일제 말기에 귀환한다. 1930년대 여성문학 장의 형성을 주도한 최정희, 모윤숙 등은 식민지 시기와 일제 말기 지배담론에 적극동조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전쟁 시기와 전후에도 종군작가 혹은 근대화 프로젝트의 수호자로 국가주의 담론에 기꺼이 동원되었고, 여성대중들을 유인하였다. 한편 198·90년대 여성작가들의 ‘증언과 기억으로서의 글쓰기’는 역사와 현실을 젠더적으로 전유하는 작업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다. 페미니즘 서사에서 여성(작가)의 사적 기억은 국민국가 안에서 생산되어 온 공적 기억에 대한 대항기억이자 여성의 역사에 대한 공식적인 망각에 저항하는 대항기억의 예가 될 수 있다. 신경숙, 공지영, 공선옥, 박완서의 소설은 이같은 증언과 기억으로서의 글쓰기를 실천하였다. 결론적으로 여성작가들은 ‘소비되는 지식’이면서 ‘동원되는 지성’으로서의부정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하위계층 여성들의 입장에서 재현/대표성을 고수한 작가들도 있었다. 한국 근·현대문학에서 여성작가의 지적 계보를 탐색하는 작업은 이 다양한 정체성들이 충돌하고 때로는 습합하면서 남성중심사회에서 ‘여성지성’, ‘여성교양’을 창출해내는 과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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