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고는 남평曺氏의 『丙子日記』를 대상으로 역사에서 배제된 여성담론을 공적 영역에 편입시키고 여성서사체의 여성적 문학성을 규명하고자 한 것이다. 작자와 연대가 분명하고 私家의 가보로 전해온 17세기 여성일기인 『丙子日記』가 남성일기였으면 350여 년간이나 공개를 미루었겠는가. 역사적 담론을 논의함에 있어 소위 정전이 아니라는 이유로 연구자들로부터 소외된 여성텍스트에 대해 온당한 평가가 있을 때 역사의 총체성을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丙子日記』는 제목이 병자호란(1636년)을 상기시키는 것도 그렇고 전란의 와중에서 남평曺氏가 피난지를 전전하며 몸소 겪은 전쟁체험기인 점에서 단순한 규방일기가 아니다. 전쟁은 안채에 머물러야 할 사대부집 여성을 ‘바깥세계’로 내몰아 젠더공간의 확대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역사의 현장에 참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물론 『丙子日記』의 작자는 여전히 유교적 가부장사회의 영향 아래 남성의 섀도우(shadow)인 ‘남성이 만든 여성’의 삶으로 복귀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서사체로서 『丙子日記』는 개인적/시대적 상처의 진술이되, 대부분의 내간체들이 억압적 현실에 대한 푸념이나 하소연의 언술인 것에 비해 그런 측면이 없는 건 아니나, 사실에 치중한 기록성과 간결하고 격조있는 한글표기 문장으로 역사의 구체적 일상성을 획득하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