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글은 박정애의 「에덴의 서쪽」(『문학사상』 1998년 7, 8, 9월호 분재)을 대상으로 1990년대 여성작가들이 현재 여성억압의 기제로 작용하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에 대해 어떤 대항담론을 생산해 내고 있는지, 또 그들이 생산한 대항담론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보려는 의도에서 씌어졌다. 이 텍스트의 특성은 의도적인 대항담론이라는 것이다. 서술의 동기가 반여성주의적 여성 주체였던 화자가 출산을 계기로 여성주의적 주체로 다시 태어나면서 그 동안 역사의 배경에 머물렀던 여자들의 역사를 쓰기 위해서이다. 이런 목적을 위해 텍스트는 몇 가지 서술전략을 사용한다. 전략의 하나는 ‘두 입술이 하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어머니와 딸이 하나가 되어 하는 이야기로, 이 텍스트의 어머니와 딸만이 아니라 상이한 주체성을 지닌 모든 여성 개인은 윗(혹은 아랫) 입술이고, 여성과 여성의 연대는 입술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서 들이면서 하나라는 특징은 여성 섹슈얼리티의 특징이면서 ‘우리’가 지향해 나아가야 할 사회의 특징이기도 하다. 다른 한 전략은 가부장제를 공고하게 유지하는데 기여해 온 기독교 신화를 패로디하는 것이다. 새로운 유토피아의 특성은 첫째 모성 원리의 존중이다. 이때 모성은 남성 중심의 혼인제도에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제도에서 벗어나 생명 자체의 귀중함을 깨닫고 실천하는 생명 존중의 원리이다. 둘째는 여성 섹슈얼리티의 추구이다. 이 텍스트에서는 여성의 성적 쾌락, 여성간의 연대, 레즈비아니즘이 담론화되었다. 셋째, 여성의 경제적 주체성이다. 그러나 이 텍스트에서 이 부분은 취약하다. 새로운 유토피아의 특성인 이 세 가지는 이 텍스트만이 아니라 90년대 생산된 여성 작가들의 대항담론의 특성이다. 여성의 주체성과 관련시켜 모성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담론은 무성하지만 모성과 섹슈얼리티의 주체성을 위해서도 더욱 치열하게 논의되어야 할 경제적 주체성과 관련된 문학적 담론은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유토피아를 꿈꾸기만 하는 게 아니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적 주체성에 대한 치열한 인식과 그 인식을 바탕에 둔 구체적이고 생생한 문학적 담론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