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한국 무속신화에서 육지의 바리와 제주의 강림은 망자를 죽음의 세계로 이끄는 신이며 이들이 신으로 좌정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바리공주>와 <차사본풀이>이다. 본고에서는 <바리공주>와 <차사본풀이>를 대상으로 신화를 통해 추론되는 죽음의 문제, 죽음관을 살펴보고자 한다. <바리공주>에는 일견 무질서하고 미분화되어 보이는 공간의 탐색자가 있고, 그 주인공은 여성으로, 바리의 저승 여행은 불안과 두려움을 야기한다. <바리공주>는 죽음으로 자극된 정서의 문제를 보듬는 데 관심을 두며 형성된 텍스트이다. <차사본풀이>에는 정교하게 분화된 저승이 나타나며 그 탐색자는 관원이다. 강림의 저승 탐색은 세부적 지식을 소통하고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치중한다. <차사본풀이>는 죽음의 문제를 인식의 차원에서 고려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이 논문은 굿의 연행에서 바리와 차사가 망자의 가족에게 위무를 제공하는 메커니즘의 차이를 살펴보았다. 바리는 망자와 함께하고, 그들이 환생하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작동시키고 그것을 충족시킴으로써 위무를 제공한다. 반면 차사는 무질서한 죽음을 질서 잡힌 것으로 만드는 차사의 권위에 순응하는 기제를 통해서 위무를 제공한다. 본고에서는 이를 각각 여성적 죽음관과 남성적 죽음관으로 명명하며 죽음관이 무성적인 것이 아니라 젠더화되어 있음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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