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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07월 03일(수)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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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시대의 정동: 애도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Affect in the Age of Disaster: Possibility and Impossibility of Mourning

여성문학연구 /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 (P)1229-4632; (E)2733-5925
2015, v.0 no.35, pp.41-67
문형준 (중앙대학교)

Abstract

우리 시대는 ‘재난의 시대’다. 재난은 세계화되어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곧바로 당도할 뿐만 아니라 한국을 숙주로 하는 재난의 가능성 역시 상존한다. 재난은 상실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애도라는 정동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상실과 슬픔에서 기인하는 애도는 대상과의 기억으로 인해 유발되는 심리적 고통을 일컫는다. 하지만 애도의 고통이 심리적 차원에서만 끝나지는 않는다. 애도의 행위가 죽음을 만들어낸 거대한 질서를 인식하게 될 때, 애도는 외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의 투쟁으로 격상될 수 있다. 주디스 버틀러가 말하듯, “애도는 자신이 겪은 상실에 의해 자신이 어쩌면 영원히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일어난다.” 이 때, 이 바뀜, 전환을 만들어내는 애도는 석연치 않은 죽음의 이면을 캐내려는, 밝히려는 행동을 가리키는 이름이 될 수 있다. 요컨대 애도는 개인의 슬픔을 지칭하지만 언제든 정치적 행동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가진 정동이다. 애도라는 정동이 정치적 성격을 가지려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희생자가 눈에 보여야 하는 가시성, 죽음을 유발한 원인에 관한 책임소재의 확정, 마지막으로 상실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할 제도적 변화의 요청이 그것이다. 재난으로 인한 국민적 애도는 이렇게, 슬픔을 관통하면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할 기회를 열어젖히는 정치적 성격을 갖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재난의 이중성, 애도의 정치적 가능성이 ‘자동적’으로 실현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재난을 통한 애도의 정치 혹은 정치적 애도가 구조적 변화에 대한 요구와 급진적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애도로 표상되는 ‘슬픔’의 정동이 ‘열정’, ‘분노’, ‘광신’과 같은 적극적인 정동을 동반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는 재난도 만들어내지만 정동도 만들어낸다. 20세기 이후 정동은 언제나 관리되는 대상이었고, 인지능력 자체를 에너지원 삼아 작동하는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극도의 조증과 극도의 울증 사이를 번갈아가며 인간을 소모시킨다. 기쁨, 행복, 긍정의 정동이 강조되고 강요될수록, 슬픔과 우울의 정동 역시 번창한다. 이 두 극단 모두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킨다. 애도의 정치적 가능성이 정치적 불가능성과 얽혀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keywords
Disaster, Affect, Mourning, Politics of mourning, Semiocapitalism, Manic depressive psychosis, 재난, 정동, 애도, 애도의 정치, 기호자본주의, 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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