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고는 언어가 ‘불평등한 세상을 공고히 하는 권력의 주체’라는 것을 인식한 여성들이 ‘담론적 실천’으로 펼치는 ‘쓰기 활동’을 살핀다. 이때 주목하는 ‘쓰기’란 자유로운 표현활동이 제한된 위치에 처해있는 이가 저 자신을 스스로 주체화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쓰기 활동을 삼는 상황을 포괄하여 이른다. 여성은 남성의 문자를 다시 쓰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말할 장소를 개척하는 ‘쓰기-주체’로 거듭난다. 특히 승인된 학문의 장(場)이나 문학 장이 아닌, 제도의 가장자리에서 ‘쓰기-주체’들은 가부장제와 젠더 관습의 억압적 양태를 교란시키고 새로운 담론 지형을 형성하는 일을 훨씬 더 자유롭게 수행한다. 그와 같은 활동을 탐색하다보면 ‘메갈리아’에서 우세하게 활용되는 ‘미러링 화법’은 메갈리안들이 고안한 최초의 방식이 아님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쓰기-주체-되기’에 대한 해석을 진행할 때 여성의 역사 역시 다시 쓰일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고가 분석대상으로 삼는 ‘쓰기 주체’의 수행성이 발휘되는 장소는 학문 장 바깥에 있다. 우선 그와 같은 활동을 1920년대 잡지 『신여성』 에서 살폈다. 남성이 근대적인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여성은 혐오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여성을 업신여기는 내용의 글이 잡지에 수록될 때, 여학생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패러디’와 ‘아이러니’를 활용하여 여성혐오를 일삼는 남성에 맞섰다. 이를 잇는 최근의 활동은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기 고백적인 서사를 사회적인 현안으로 전환해내는 쓰기 방식은 데이트폭력, 성폭력과 관련한 사안이 ‘누구의 문제인지’를 질문하는 방향으로 담론을 형성한다. 또한, ‘메갈리아’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뤄지는 여성들의 쓰기 활동은, 여성들이 스스로 젠더관계의 불균형과 관련한 여러 문제 사안에 실천적으로 대면할 수 있도록 한다. 젠더 관계의 불균형적인 힘의 구도 속에서 삭제되어왔던 ‘저항-목소리들’을 역사의 한복판으로 출연시킬 때 확인할 수 있는 ‘쓰기-주체’는 첫째, ‘패러디’ 및 ‘아이러니’를 활용한 화법을 구사함으로써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이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둘째, 그러한 방식을 통해 다른 이들의 격론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말을 듣거나/읽는 이들과 대화적인 전환을 이루어낸다. ‘쓰기-주체’의 수행을 통해 이뤄지는 ‘대화적 전환’은 종국에는 ‘열린 구조’의 담론을 형성하는 정치성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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