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글은 임윤지당의 예를 중심으로 여성 지식인에 대한 남성 지식인의 평가가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본 것이다. 임윤지당은 당시 여성에게 요구된 지식의 경계를 넘어 남성의 지식 영역으로 들어가 성리학을 연구하고 글을 남겼다. 박윤원, 유한준과 같은 당대의 성리학자들은 임윤지당의 학문 세계를 그녀의 오빠이자 조선을 대표하는 성리학자인 임성주의 아류로 보거나, 부녀자의 학문이라고 해서 저평가하지 않고 남길 만한 업적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임윤지당의 학문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강정일당의 학문을 평가하는 데도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다. 남성 지식인이 임윤지당의 학문을 인정한 근거는 첫째, 임윤지당의 학문적 견해가 깊이가 있고 역사에 대한 견해가 정밀하고 논리적이라는 점, 둘째, 여성의 글일지라도 훌륭한 글이라면 공자나 주자도 인정했다는 점, 셋째, 임윤지당의 학문적 성취는 공자나 주자가 인정한 여성들의 것보다 못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근거로 박윤원, 유한준 등은 여성의 글이라고 해서 묻혀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며 임윤지당의 학문세계와 문장이 갖는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임윤지당에 대한 남성 지식인들의 인정은 강정일당을 평가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임윤지당의 예는 임윤지당이라는 한 개인의 학문에 대한 인정에서 여성의 학문에 대한 인정으로 확대되는 것을 보여주고, 성리학 전통에서 목강(穆姜), 범녀(范女) 등 여성 지식인의 존재와 연결시키면서 묻혀 있던 여성 지식인의 계보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조선 후기 남성 지식인의 여성 지식인에 대한 평가가 변화하는 지점을 보여준다는 것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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