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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서울분원 대회의실(별관 3층)
  • 2024년 07월 03일(수)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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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장편소설 『서있는 여자』의 페미니즘 정치학적 의미 : 결혼이라는 ‘계약’을 통해 본 시민성의 젠더 구조

The feminist politics of Park Wan‐seo’s novel, A Standing Woman : The gender-structure of citizenship in the contract of marriage

여성문학연구 /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 (P)1229-4632; (E)2733-5925
2018, v.0 no.45, pp.37-71
https://doi.org/10.15686/fkl.2018..45.37
신샛별 (동국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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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2016년 가을부터 시작된 촛불혁명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페미니즘 운동은 소위 ‘87년체제’ 이후의 한국사회를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페미니즘 운동이 ‘정체성 정치’의 일환으로 평가되면서(일면 폄하되면서) 그 함의가 다음 민주주의에 대한 진지한 발언과 요청으로 충분히 숙고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페미니즘 운동이 외치고 있는 것은 법과 제도, 문화를 막론하는 한국사회 전영역의 쇄신과 전환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법‧입법‧행정 전반에서 배제되거나 차별받아온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라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87년체제가 조형하고 장려해온 권력구조에 대한 근본적 비판을 뜻하며, 그 질서의 기반인 남성 본위의 ‘시민사회’와 ‘시민’ 범주의 변경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결혼과 관련된 여성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룸으로써 1980년대 한국사회의 ‘성원’이자 ‘시민’으로서의 여성의 자립 가능성을 탐문하고 있는 박완서의 『서있는 여자』는 1985년 출간 이후 대중적 인기를 얻었는데, 그 배후에는 19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촉발된 대규모 변혁운동의 하위 범주였던 여성운동의 활기가 있었다. 이 소설에는 87년체제 안으로 미처 수렴되지 못한 1980년대 여성의 삶의 진상과 그로부터 뻗어 나온 정치적 상상이 잠재돼 있으며, 이는 87년체제의 결함과 다음 민주주의의 전망을 모색하는 데 유용한 시의적 지침을 제공해 준다. 모녀의 서사로 이중화돼 있는 이 소설은 여성의 주체성에 대한 실험이 실패하는 두 가지 방식을 정밀하게 보여준다. 첫째, 교수 남편을 둔 중년 여성 ‘경숙’이 삶의 공허를 말하며 부부 사이의 사랑의 등가 교환을 주장하자 남편은 결혼의 파탄을 일방적으로 선언한다.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지위에 합당한 성적 분업에만 충실해온 경숙의 갑작스러운 사랑 요구가 결혼 계약의 연장을 중단시키는 사건이 되는 이와 같은 설정은 여성이 남성과 대등한 계약의 주체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결혼 계약의 특수성을 암시한다. 통상의 계약과 달리 여성이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결혼 계약에서 여성은 자유로운 계약의 조정 및 합의의 권리를 갖는 근대적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 소설에서 여성이 이혼을 운운하는 것은 그 자체로 월권적 행위가 되며, 그녀는 자신에게 강요되는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에만 한정적으로 공동체의 성원으로서의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둘째, 경숙의 딸인 ‘연지’는 그녀가 삶의 목표로 삼은 남녀평등을 결혼 계약에서 실현하고자 한다. 그래서 남편 ‘철민’이 가사노동을 담당하고 그녀는 기자로서 가계의 재정을 책임지기로 약속하고 그대로 이행한다. 그러나 사회적 시선과 압박 속에서 이와 같은 규범적 성역할의 전도는 계속적으로 부부 간의 갈등과 분쟁의 소지가 되고, 심지어 연지는 임신과 낙태를 경험하면서 남성적 역할 수행에 한계를 느낀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소거한 남녀평등의 추구는 결과적으로 이들 부부를 불행으로 몰아가고, 시민으로서의 주체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연지는 가족과 사회와의 연결망이 끊어진 채 고립돼버린다. 이는 근대의 계약 주체인 ‘시민’이라는 추상 속에 ‘성차’라는 조건과 여성의 구체적 삶이 새겨져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 소설에 따르면 여성은 연지처럼 시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남성에 끼워 맞추려 애쓰거나, 아니면 경숙처럼 남성이 강요하는 여성의 모습에 자신을 동일화하면서 단지 사회의 성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요컨대 시민권(citizenship)과 성원권(membership) 사이에서, 이 소설은 여성의 자립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어떤 출구를 모색해야 할지 질문하고 있다. 두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올바른 해답은 아닐 것이다. 여성이 시민이자 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내기 위해 이 소설은 ‘여성-시민’의 불가능한 재현을 시도하고 있다.

keywords
citizenship, membership, feminism, Park Wan-seo, A Standing Woman, marriage, contract, female, 시민권, 성원권, 페미니즘, 박완서, 서있는 여자, 결혼, 계약,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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