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커먼즈와 도시적인 것(the urban)에 대한 논의, 그리고 공동체와 국가를 둘러싼 일본과 한국의 경험에 기반해 도시적 커먼즈(the urban commons)의 개념을 재정의 하고, 70년대 서울에서 변화하는 공동체의 가장 가장자리에 위치했던 도시빈민여성들이 어떻게 도시적 커먼즈의 주체로 등장했는지 살펴본다. 공동체, 자원, 실천을 커먼즈의 기본 요소로 파악하는 기존의 커먼즈론은 전통적 커먼즈의 이미지와 강하게 결부될 뿐 아니라, 공동체와 개인 간의 경험이 북미, 유럽과 다른 동아시아의 문맥을 반영하지 못하고, 주체와 객체, 혹은 개인과 공동체라는 이분법적 인식론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도시적 커먼즈는 시골과 도시의 차이를 지우며 행성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자, 잉여의 생산과 착취가 공장을 넘어 사회 전체에서 일어나는 현시대에 지배적인 삶-형식을 둘러싼 삶정치적 투쟁이다. 1970년대 서울의 난곡희망협동조합의 사례는, 무수한 차이들이 마주치고 교통하는 도시적 커먼즈의 조건이 어떻게 개인과 집합이 연결되고 나뉘는 방식과 거리를 조절하고 재발명하는 주체화의 과정을 촉발하는지 보여준다.
This paper rearticulates the concept of the urban commons based on the existing discussions on the commons and the urban as well as the historical experiences around community and the state in the Japanese and Korean contexts. The widely accepted grammar of the commons premises community, resource, and practice as the basic components of the commons. This is, however, not only strongly connected to the image of traditional commons but also reinforcing the dualist epistemology. The urban is not a bounded territory but a planetary process that erases differences between the rural and the city. Building on Lefebvre’s discussion on the urban, the paper argues that the urban common is the common embedded in the labor process of our era, where production and exploitation of surplus occur in the whole society beyond factories. As the commons is constantly captured by capital, the urban common also appears to be the biopolitical struggle over the dominant form of life. Nangok Heemang Medical Cooperative, as the example of the urban commons in Seoul in the 1970s, demonstrates how the condition of the urban commons, where one must encounter others, facilitates the process of becoming, i.e., subjectivation.
본 연구는 경의선공유지, 배다리공유지, 솔방울커먼즈를 상호비교하여 도시 속 공터를 공유지로 전환하려는 활동들에서 포착할 수 있는 도시커먼즈적 논제가 무엇인지를 탐구한다. 세 가지 운동은 역사지리, 입지적 조건 그리고 주민 공동체성의 차이로 전개 양상이 달랐지만, 도시 속 유휴부지를 공유지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도시는 토지의 상품화 정도가 높고 사적 소유가 곳곳으로 침투해 있으나 나대지, 빈집과 같은 공터가 존재한다. 배다리의 공터는 토지와 건물 활용의 경제적 가치가 낮은 까닭에 과소이용되어 생겨났으며, 경의선공유지의 공터는 경의선 지하화에 따른 도시계획 과정에서 발생했고, 송현동은 도시규제로 인해 공간 조성이 지연되어 공터로 남아 있었다. 이들 세 가지 운동은 국공유지인 유휴부지 혹은 국책사업 과정에서 생겨난 공터를 둘러싸고 발생했기에 국지적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선 장소 투쟁보다 규모가 크며, 중앙정부의 기관 및 지자체가 관련된 주요 행위자라는 특징을 지닌다. 공터를 공유지로 전환하려는 세 가지 운동은 소유와 활용 간의 충돌을 빚었고, 그 과정에서 공유지의 사회적 가치는 무엇이며 공유지화 시도는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촉발했다. 세 가지 운동은 공터의 ‘비어 있음’을 다양한 도시커먼즈적 활동으로 채웠지만, 도시 속 공터가 그 상태로 남아 있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토지 소유자에 의해 공터가 특정 용도의 공간으로 조성될 때 공유지 활동주체들이 그 과정에 개입할 여지는 적다. 더욱이 국공유지인 유휴부지를 이윤추구형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으로 조성한다면, 그 방침은 공공성과 공익성을 담보한다고 여겨지기에 공유지 활동주체들은 그간의 활동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세 가지 공유지 운동은 공공공간의 공익성[공공소유(public ownership), 공중의 접근(public access), 공중에 의한 사용(use by the public), 공적 편익(public benefit) 등]의 가치를 도시커먼즈적 관점에서 되짚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었다.
불평등과 빈곤, 기후위기와 같은 시장경제와 현대 사회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국가나 개인 또는 사적 자본의 소유가 아닌 커먼즈(commons)가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커먼즈 담론이 도시 공간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커먼즈들을 설명하기 위해 진화하면서 도시 커먼즈(urban commons)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한편 동일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지역주민 다수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여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공간인 사회적 부동산이 등장하였고,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는 도시 커먼즈 담론이 우리나라에서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시 커먼즈와 관련한 논의를 정리하고,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등장하고 있는 사회적 부동산 사례를 도시 커먼즈적 관점으로 분석하여 이론적 확장에 기여하고자 하였다. 도시 커먼즈 논의를 살펴본 결과, 도시 커먼즈는 전통적인 커먼즈와 달리 기존에 주어진 공동자원의 관리보다는 새롭게 커먼즈를 만들어가는 전 과정과 생활양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여 유형 자원뿐만 아니라 무형의 자원도 포함하며, 도시의 특성이 반영되어 참여자의 경계가 모호하거나 유연하게 변화한다는 등의 특징을 갖는다. 우리나라 사회적 부동산 사례로 목포의 건맥1897협동조합을 분석한 결과, 공동체와 제도, 공동자원 차원에서 도시 커먼즈의 요소를 대부분 포함하고 있었다. 특히 부동산이라는 가시적인 공동자원을 형성한다는 특징으로 인해 더욱 뚜렷한 공통의 가치를 가질 수 있었고, 참여자의 경계가 유연하게 적용되었으며, 일정 정도의 배제성을 갖는 공간이라는 등의 도시 커먼즈의 속성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사회적 부동산은 도시 커먼즈의 일환이면서 중요한 기반이기도 하며, 도시민의 일상적인 삶에서 필연적으로 연결되는 부동산 소유권의 문제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공유 가치 창출은 자원의 양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연구는 도시 내 빈곤밀집지역에 커먼즈(commons)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기존 커먼즈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빈곤밀집지역 내 도시 커먼즈 존재 유무를 확인하고 기존 커먼즈와의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에스노그라피(ethnography) 연구방법을 적용했다. 참여관찰과 인터뷰로 수집한 정보는 현장일지와 인터뷰 녹취록으로 기록하여 사례연구 분석기법과 인류학 민족지 연구의 일반적 지침에 따라 분석했다. 조사 현장은 돈의동 쪽방촌이고 주요 연구 대상은 돈의동 주민협동회 마을식당이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돈의동 주민협동회의 마을식당은 자원, 공동체, 규약으로 구성된 도시 커먼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둘째, 자원이 결핍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공동 문제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기존 도시 커먼즈 사례와는 유사했지만 농산어촌 소재지 배경의 커먼즈와는 차이를 보였다. 셋째, 공유화(commoning)의 핵심 주체인 중추 공유인(key commoner)의 존재와 참여 과정을 기술했다. 이를 통해 커먼즈 형성에 있어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였다. 이 연구는 빈곤밀집지역의 도시 커먼즈 현장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기존 이론과 공통점, 차이점을 기술하여 도시 커먼즈의 학술적 논의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빈자를 결핍이 아닌 가능성에 의해 정의하고 해석하려고 시도한 연구로서 빈곤밀집지역 사례를 통해 공유 가치를 회복하고 모색하는 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Which relation is between the creation of shared value and the amount of resources? This study began with the question of whether urban commons exist in areas with concentrated poverty and, if so, how they differ from existing commons. Ethnography research methods were used to show the existence and formation of urban commons in areas with concenrated poverty. The information collected through participatory observations and interviews. The data analyzed according to case study analysis techniques and general guidelines for anthropological ethnographic study. The main subject of the study is the Cooperate Restaurant in Donui-dong Jjokbangchon and the fieldwork site is Donui-dong Jjokbang. The results of the study are as follows. First, it was confirmed that the Restaurant is the urban commons consisting of resources, communities, and protocols. Second, it is similar to existing urban commons case in that it was formed around common problems in areas where resources were scarce, but it was different from the commons in the background of the location of agricultural and fishing villages. Third, the existence and participation process of the key commoner was described. Through this, it was shown that the role of ‘people’ in forming commons is important. This study aims to contribute to expanding the academic discussion of urban commons by describing commonalities and differences with existing theories by analyzing urban commons in areas with concentrated poverty. In addition, as a study that attempted to define and interpret the poor by possibility rather than deficiency, we intend to present a new perspective on restoring and seeking share value through the case of areas with concentrated poverty.
현재의 기후·생태·보건 위기는 재난의 빈발성과 반복성, 상호연결성과 불공정성으로 인해 복합 재난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급기야 기후위기(climate crisis)를 넘어 기후 응급상황(climate emergency)과 기후지옥(climate hell)으로 불리는 단계다. 이에 인류가 마주한 응급상황에 대한 다각적·다층적 진단을 바탕으로, 포괄적인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체계가 필요하다. 본고는 현재의 복합 위기에 적합한 동시에 통합적인 개념체계와 접근을 모색한다. ‘행성성(planetarity)’, ‘안전하고 공정한 세계-지구 시스템’, ‘행성적 통로’가 그것들이다. 이러한 시도는 인간 공동체로서의 ‘세계(World)’와 환경적 조건으로서의 ‘지구(Earth)’라는 이분법을 극복하고 연결하는 ‘행성(Planet)’ 차원의 접근을 말한다. 행성적 접근의 행성성은 다중 요소의 불규칙한 공존과 얽힘이 발생하는 이질적 시공간을 통해 세계와 지구시스템을 포괄한다. 따라서 행성성과 행성적 통로는 오늘의 복합 재난에 대한 안전하고 공정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개념과 사유의 틀을 넓혀줄 것이다.
The current climate, ecological, and health crises appear in the form of complex disasters due to inter-connectivity, frequency, repetition and inequity of disasters. The critical acuteness of the current situation goes to the stage of climate emergency or climate hell beyond the climate crisis. As a process of moving toward comprehensive views, a new framework of perspectives and concepts is needed, which is based on the multilateral analyses on the present emergency. Therefore, this paper aims to seek integrated approaches for grasping the nature of today’s complex crises. Then, this paper presents the concept of ‘Planetarity’, ‘Safe and Just World-Earth System’ and ‘Planetary Corridor’ as a proper way. By and through these approaches, we can overcome the polarized dichotomy between ‘World’ as a human community and ‘Earth’ as an environmental condition. The planetary approaches encompass the World and Earth system simultaneously with the planetarity, a heterogeneous space-time where irregular entanglement and co-existence of multiple, but contradictory facets occurs. The pursuit of planetarity and a planetary corridor will broaden a theoretically and epistemologically feasible path toward safe and just solutions of complex disasters.
이 논문은 한국에서 1980년대 농지전용이 급증하게 된 원인과 농지전용 현상에 개입한 국가의 이해관계에 관해 질문하고 이를 설명한다. 농지전용에 관한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농지전용을 도시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이해하거나, 제도와 정책의 미비에 따른 문제로 인식하였다. 이 연구는 이와 같은 접근이 한국 농지전용의 특징을 설명하지 못하며, 농지전용의 원인을 규명하는 인과적 분석이 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입각해 논의를 전개한다. 1980년대 중반 농지전용이 급증하게 된 이유는 자유주의 농정이 등장하고 농지유동화 정책이 전개되면서 농지가 개발이익의 형성과 재투자를 용이하게 하는 토지자원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농정의 등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농지 보전의 명분을 약화시켰다. 또한 국가는 취약한 재정 상황에서 정당성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농지전용을 활용한 개발이익 형성과 재투자 메커니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980년대 이후 도입된 매수 방식의 공영 토지개발은 개발이익을 형성해 이를 재투자한다는 설계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통해 개발이익 사유화 문제에 대처하는 동시에 재정을 최소화하여 주택공급과 도시 건설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개발 방식을 실행할 때 국가는 개발공사라는 대리자를 활용하며 재정 문제를 우회한다. 이상의 분석은 1980년대 이후 국가가 정당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채택한 전략이 토지자원 활용 방식의 변화를 수반한 것이었으며, 이러한 변화는 농지전용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This study looks into and seeks to explain the causes of the rapid increase in the ‘conversion of farmland’ in Korea in the 1980s and the interests of the state involved in the phenomenon of ‘conversion of farmland’. Existing studies on ‘conversion of farmland’ mainly understand ‘conversion of farmland’ as an inevitable phenomenon due to urbanization or recognized it as a problem due to insufficient systems and policies. This study seeks to develop a discussion based on the awareness of the problem that such an approach does not explain the characteristics of ‘conversion of farmland’ in Korea and cannot be a causal analysis to determine the cause of ‘conversion of farmland’. The reason for the rapid increase in ‘conversion of farmland’ in the mid-1980s was that with the emergence of a liberal agricultural policies and the development of farmland mobility policies, farmland could be used as a land resource to facilitate development gain and reinvestment. The emergence of a liberal agricultural policies weakened the cause of farmland conservation at the national level. In addition, the state actively utilized development gain formation and reinvestment mechanisms using ‘conversion of farmland’ to cope with the crisis of legitimacy during weak fisical situations. Since public land development introduced after the 1980s was based on the design of re-investing by forming development gain, the government was able to cope with the privatization of development gain while minimizing finances as they proceeded with housing supply and city construction. In implementing this development method, the state bypasses fisical problems by using an agent called a state-owned enterprise for urban development. This analysis was accompanied by a change in the way land resources have been utilized by the strategy adopted by the state to overcome the crisis of legitimacy since the 1980s, and this change suggests that it is being revealed in detail through ‘conversion of farmland’.
본 논문은 Bærenholdt의‘이동통치’ 개념과 Sheller와 Urry의 모바일 문화기술지 방법을 기반으로 2018년 제주라는 특정 공간에서 발생한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경험을 분석한다. 국가와 비국가 기관들이 어떻게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이동성을 제한했는지, 이 과정에서 어떠한 통치의 기술들이 사용되었는지, 그리고 통치의 과정에서 생산된 담론과 규범, ‘사실’들이 어떻게 예멘 난민 신청자들로 하여금 이동통치를 내면화하게 했는지를 검토한다. 동시에 이들의 주체화(subjectification) 과정이 이동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이동성이라는 렌즈를 통해 분석된 이들의 경험은 국가 및 비국가 기관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예멘 난민 신청자들을 둘러싼 권력의 위계와 다양한 작동방식을 드러낸다. 또한 예멘 난민들이 국가 및 비국가 권력의 이동통치 전략을 수용하기도 하지만 이에 도전함으로써 새로운 공간과 관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음을 주장한다. 본 논문은 한국사회에서 난민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킨 당사자들임에도 숱한 논의에서 배제되었던 예멘 출신 난민 신청자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재현함으로써 난민이 겪는 불평등과 배제, 차별과 같은 인권의 문제를 제기하여 한국사회 난민 정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의 지점을 제공한다.
This article analyzes the experiences of asylum seekers from Yemen who entered Jeju Island in 2018, based on Jørgen Bærenholdt’s concept of governmobility and mobile ethnography proposed by Mimi Sheller and John Urry. How state and non-state agents regulated the mobility of Yemeni asylum seekers, how techniques of governmentality were used, and how they internalized the discourse, norms, and ‘truths’ generated during this process are examined. The article also draws attention to how the asylum seekers’ subjectification affected their own mobilities. The experiences analyzed through the lens of mobilities reveal the power dynamics that reflect the hierarchical relations caused by their dependence on state and non-state agents. At the same time, the article illustrates how Yemeni asylum seekers are by no means simple receivers of the state and non-state agents’ governmobility strategies, but are agents themselves that can challenge top-down control and create their own spaces and social relations. Despite heated debate sparked by the presence of Yemeni asylum seekers in Jeju Island in the summer of 2018, their voices have been absent in public discussions. By shedding light on human rights issues such as injustice, exclusion, and discrimination, the mobile ethnography of Yemeni asylum seekers provides an opportunity to reflect on South Korea’s refugee policies from a critical view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