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고는 한국전쟁기 이후 장덕조 대중연애소설의 대표성을 띠는 『격랑』을 중심으로 장덕조 소설의 변화 양상과 ‘연애’를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시대의식을 고찰해 보았다. 이 시기 발표한 대중연애소설의 대부분이 자유연애, 미국식 문물과 사상의 유입을 통해 전근대성과 근대성의 혼성을 재현한다고 볼 때 이러한 사회문화적 코드는 한국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가장 앞서 보여주는 것이 주인공의 변화이다. 한은주는 순수함과 도덕적인 측면에서 전통적인 연애소설의 여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지만 사랑에 있어 현실적 ‘총명함’을 우선한다. 자신의 위치(여대생-가장)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는 똑똑함과 자기 건설의 자양이 될 수 있는 사랑을 선택하기 위해 열정을 다스린다. 이는 낭만적 사랑에 함몰되지 않는 현실주의적이며 합리적인 삶의 태도이다. 박창렬은 전통적인 연애소설의 관습에 따르면 남근적 인물의 전형에 위치하지만 실상 마음이 깨끗하고 추한 것을 싫어하는 중년의 미학자로서 1950년대 장덕조 연애소설의 새로운 남성주인공형이다. 가난의 고통을 견디면서도 자기 향상을 고집하는 한은주의 합리적 사랑과 그 삶을 정신적, 물질적으로 격려하고 옹호하는 박창렬의 성숙한 사랑에서 새롭고 발전적인 사랑의 배태가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격랑』은 전후사회의 혼란과 불안 속에 변화된 시대상을 대변하는 남녀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이전에 보여준 바 없는 새로운 애정 갈등 양상을 그렸다. 단 이러한 사랑(물질적 원조)이 정당하려면 사랑의 진정성이 전제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물질의 풍요로움에 기반한 중년 남성의 청춘에 대한 성적인 갈망이 아니라 서로의 정신적 요소에 대한 동경과 합일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시기 소설에서 애정을 물질과 연계시키는 사고가 매우 당당하게 발현되는 경우는 장덕조 소설 외에 쉽게 발견되지 않으며 이것은 당대 현실의 반영태이자 다른 의미에서 이상주의적인 사랑의 양상일 것이다. 『격랑』은 새로운 인간상과 연애관을 제시하며 당시로서는 보기 힘든 애정소설을 구현하였지만 반면 물질적 가치를 대변하는 남성 주인공을 죽음으로 처리하고 사회가 제시하는 도덕적 윤리를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 된다는 점에서 대중연애소설의 공식에 충실하다. 허위와 타락의 구렁텅이를 빠져나오려는 박창렬의 정신과 오버랩 되는 것은 ‘보수성’, ‘자기 기호나 사상에 완고한 신념’으로 이는 ‘전통적인 한국인의 성격’으로 일반화되고, 자신을 죽여 얻게 되는 ‘몰아적 사랑’은 종교적 신념으로서의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소설의 중반까지 이 소설이 획득한 독특한 사랑의 양상은 대중연애소설의 전형적 결말 구도에 침몰해 들어가면서 대중연애소설의 전통적 가치와 나를 던져 악인까지 회개하게 만드는 휴머니즘으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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