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그을린 사랑>이라는 영화 읽기를 통해 소포클레스 비극작품에서 주체의 자리를 갖지 못했던 어머니를 정의와 사랑의 윤리를 실행하는 주체로 복구하고자 한다. <오이디푸스왕>의 여성인물 이오카스테는 자식을 낳자마자 운명에 빼앗기고 그 아들과 근친상간을 저지르는 ‘비운의’ 어머니이지만 ‘비극적 주체’가 되지는 못한다. 그녀는 끔찍한 진실이 드러날 때 오이디푸스로 하여금 진실을 대면하지 말라고 부추기고, 더 이상 은폐가 불가능한 지점에 이르렀을 때에는 자살로 도피함으로써 주체적 선택을 포기한다. 그러나 <그을린 사랑>의 주인공 어머니 나왈은 진실을 마주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회피하지 않는다. 보복의 악순환을 끊고 정의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실과의 대면이라는 고통스러운 순간을 거쳐야 한다. 죽은 어머니는 이 정의의 약속을 주관하는 존재다. 그녀가 유언을 통해 자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진실의 발견을 통한 정의의 실현이다. 그러나 정의를 향한 열정이 원한의 기획으로 변질되지 않고 더 공정하고 평등한 인간적 삶을 위한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의 질서’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 애도작업은 정의의 실현이 사랑에 의해 감싸여진 새로운 질서의 창조로 이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이 글은 페미니즘 일각에서 진행되어온 배려의 윤리가 정의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정의의 개념을 재구축함으로써 정의가 몫의 공정한 분배를 넘어 타자를 환대하는 사랑의 윤리와 접속할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한다. 여기서 사랑의 윤리는 상호의존성과 호혜성을 넘어서는 비대칭적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증여행위로서의 사랑을 말한다. 그것은 인간들 사이의 올바른 질서를 지향하는 정의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접속하고 정의를 뒷받침한다. 올바름을 권리라는 좁은 영역에서 떼어내어 인간과 사물의 바른 질서의 회복이라는 해방적 기획과 연결시킬 때 정의는 사랑과 만난다. 이 논문은 유대기독교 일각에서 논의되고 있는 ‘회복적 정의’를 자크 데리다의 증여로서의 정의와 연결시킴으로써 사랑과 정의가 만날 가능성을 모색한다.
This essay attempts to restore the mother as a subject who can preside over the works of love and justice by contrasting two mother figures, one in Sophocles' Oedipus the King and the other in Denis Villeneuve's 2010 film “Incendies.” Iocaste cannot be a tragic subject, a pitiable mother though she is; she urges Oedipus to stop investigating into the truth of incest and patricide, and escapes into suicide as the concealment of truth proves impossible. However, Nawal, a comtemporary counterpart of Iocaste in the movie “Incendies,” does not avoid confronting her family trauma; she works through it, cutting a vicious circle of revenge and thereby bringing about justice. The dead mother demands that her children should discover the hidden truth of violence and incest in their family and realize justice. But the passion for justice should not be allowed to deteriorate into resentment. Justice must be supplemented by love. The act of mourning is to create a new social order in which justice is enveloped with love. This essay argues that the ethics of care meet the demand of justice, and that the ethics of justice should go beyond fair distribution of rights within an exchange system; it must be connected with the ethics of love. Love is an act of enacting an asymmetrical relationship beyond reciprocity and mutual interdependency. Justice is united with love as it is reconnected to an emancipatory project of restoring a right order of human relationship. This paper searches for the possibility of combining justice with love by connecting restorative justice, recently conceptualized in Jewish-Christian circle, with Jacques Derrida's justice as a gift.
드니 빌뵈브, <그을린 사랑>(영화),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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