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본고는 김말봉의 해방 이후 첫 완결작인 『꽃과 뱀』을 분석함으로써 신문에 연재된 인기작 중심의 편향된 연구를 지양하는 개별 작품의 의미론과 함께 김말봉의 다채롭고 풍부한 작품 세계를 조명하고자 하였다. 그간 김말봉은 내용(주제)의 압도적 우위로 인한 평이하고 단순한 구조, 이로 인한 소설적 형상화의 미달, 엇비슷한 작품을 찍어내는 ‘판박이 작가’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형식적 고민을 통해 전지적 소설 방식에서 탈피해 독자들의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주제화에 성공하고 있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볼 때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는데 정상치에서 일탈된 기인형 인물들(백 첨지, 주부, 젊은 사나이, 해골 노인)과 비현실적이고 충격적 내용(노인에게 채찍을 가하는 인물들의 연합)을 담고 있는 외부 액자의 파격성을 긴 호흡의 내부 액자가 추리하듯 밝혀냄으로써 독자들의 긴장감은 유지되고, 내부 액자의 여로형 서사는 회차별로 독립성과 연결성을 가지며 관우와 진화의 반복되는 인연을 운명적으로 물들이고 있다. 비개연성의 개연성, 즉 서사의 논리를 해치면서까지 계속되는 우연의 중첩은 인과의 절대성으로 나아가게 한다. 남녀 주인공의 형상화에 꽃, 뱀, 바람 등의 자연적 요소가 결합됨으로써 인물의 서사성은 약화되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강화되는데, 관우가 꽃으로 진화가 뱀으로 상징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지만 은유화된 이미지가 실제에 출현할 때 사실적 설명은 불가능해진다. 이러한 초인간적, 초자연적 현상들은 운명의 절대성을 배가시키는데, 운명은 삶이, 사랑이 인간의 의지와 이성으로 견인되는 것이 아니라 예언이나 마력, 신앙으로 증명됨으로써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 힘이 작품의 전반을 지배하고 이러한 그로테스크 판타지는 인간의 사유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운명의 마력을 드러낸다. 본 연구는 『꽃과 뱀』 이 김말봉의 작품 중 제재와 구성 면에서 가장 김말봉 ‘답지’ 않은 작품(스님이라는 제재, 사회적 리얼리티의 제거, 환상적인 요소)이며 주제 면에서 가장 김말봉 ‘스러운’ 작품(연애소설적 형식, 운명론적 세계관)이라 전제하고 『꽃과 뱀』 의 독특성과 보편성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밀림』과 『찔레꽃』 속에 갇힌 김말봉의 작품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요구하며 다양한 작품 해석을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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