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이 논문은 식민지 조선에서 콜론타이의 연애론이 한국에 소개된 양상을 규명하고자 했다. 조선에서 콜론타이는 가부장적 성적윤리를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방식으로 수용된다. 그러나 여성들은 남성 사회주의자들이 주도한 이 같은 흐름에 저항하였고, 콜론타이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사회생활과 연애생활을 함께해나갈 방도를 고민한다. 본고는 일본과는 다른 조선에서의 콜론타이 논의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해, 당시 시대적 맥락을 검토해나가면서 조선에서의 콜론타이 논의 양상을 살펴보았다. 콜론타이의 저작은 서광제에 의해 『붉은사랑』이, 김억에 의해 「삼대의 사랑」이 소개된다. 전자는 콜론타이를 조선에 유용한 가치를 가진다고 읽었고, 후자는 무용론으로 읽었는데, 둘 모두 가부장적 입장에서 여성을 통제하려는 목적에서 콜론타이론을 이용한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후에도 콜론타이와 관련된 논의에서는 유용론과 무용론은 경합한다. 그 중 전자의 경향을 보이는 정칠성과 후자의 경향을 보이는 민병휘의 글은 주목할 만하다. 정칠성은 콜론타이의 논의와 관련하여 여성에게만 정조가 강요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여성에게도 성애의 자유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간접적으로 피력한다. '간접적'인 방식은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청탁자나 인터뷰어의 시도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었다. 민병휘는 연애가 사회주의 운동에 해를 끼친 몇 가지 세례를 제시하고, 단정적인 논조로 연애 대신 사회주의 운동에 보다 집중할 것을 당부한다. 그의 글에서 여성은 남성을 위한 연애의 대상일 뿐이다. 정칠성처럼, 당시 여성들은 가부장적 분위기의 만연에도 불구하고 남성에 의한 여성의 성을 통제하려는 흐름에 비판적이었다. 여성들은 간접적이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가부장적 성통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들이, 특히 여성 사회주의자들이 혁명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조개념으로부터 탈피하여 아버지 등 그녀를 구속하는 남성들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야 했다. 성문제와 가부장제에 관해서는, 그녀들 스스로 ‘부르주아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었던 신여성들과 오히려 연대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는 여성 사회주의자들이 ‘사회주의자’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주의와 가부장제를 위협하는 성도덕이라는, 당대 가장 불온한 두 기표를 껴안고 시대상황을 돌파해나야 했던 상황을 반영한다.
독립신문 ,
동아일보 ,
대중 ,
별건곤 ,
비판 ,
삼천리 ,
신여성 ,
신가정 ,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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