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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정월(홍익대학교) pp.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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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고에서는 제주 돌문화공원의 1코스인 ‘신화의 정원’을 대상으로, ‘설문대할망’ 이야기와 이를 구현하는 돌형상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살펴봄으로써 돌문화공원을 구성하는 장소감과 장소의 정신을 연구하고자 한다. 그 방법으로 돌문화공원의 구성요소를 이야기와 돌형상, 즉 언어와 자연으로 분절한 후, 각각의 콘텍스트를 살펴본다. ‘설문대할망’ 이야기의 콘텍스트는 ‘설문대할망’의 다양한 설화 유형이며, 돌형상의 콘텍스트는 제주 탐라목석원이다. 이들을 살피는 것은, 지금 현재 존재하는 돌문화공원의 ‘신화의 정원’이 다른 모습으로 존재할 수는 없었는지 그 대안적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서이다. 먼저 ‘설문대할망’ 설화 유형을 보면, 이 이야기는 존재 유형, 행위 유형(창조적 행위 유형과 비극적 행위 유형)으로 나뉘며, 신화적, 전설적, 민담적 성격을 두루 가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돌문화공원에서는 비극적 행위 유형을 중심으로 ‘신화의 정원’을 스토리텔링 한다. 돌문화공원의 돌형상은 탐라목석원에 있던 것들을 전승하고 있는데, 탐라목석원에서는 돌형상을 통해 구체적이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돌문화공원의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이야기에서는 그러한 일상성이나 구체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 결과 돌문화공원에서 언어와 돌의 상호작용을 통해 소환된 ‘설문대할망’은 일상의 창조성이 탈각된 ‘어머니’로서의 이미지이다. 모성에 대한 감응은 이곳에 부여된 장소의 정신이기도 하고, 관람객들이 인지하는 장소감이기도 하다. 돌문화공원에서 장소감과 장소의 정신은 모성성을 매개로 일치한다. 그리고 본고는 바로 그 점이 돌문화공원에서 가장 아쉬운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허구로는 제주만의 지역성을 살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돌문화공원의 지역적 정체성은, 설문대할망의 풍부하면서도 다면적 면모를 구현할 수 있을 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홍인숙(선문대학교) pp.3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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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고는 <경학원잡지>의 ‘지방보고’ 기고란에 실린 열녀 재현의 양상과 식민지 지방 유림의 관계를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열녀 기사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지방보고’라는 기사란의 성격을 경학원 본원-지방 향교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지방보고 기사란에서 열녀라는 여성 형상이 지방 유림들에게 발견되고 재생산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지방보고 란의 열녀 기사는 특정 시점에 경학원의 주요 인사가 ‘열녀’를 언급한 바로 다음 호부터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초기에는 상호 유사한 기사들이 자주 나타난 것으로 보아 열녀 서사가 지방보고 주체들 사이에서 모방과 학습의 과정을 거쳐 차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고 보았다. 또한 지방 유림과 본원의 주요 인사들은 열녀 기사의 발굴과 재창작을 상호 자극하는 순환적인 구조를 갖고 있었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본고는 지방보고 열녀 기사의 생산 주체인 식민지 시대 지방 유림들의 사회적, 경제적 조건에 주목하였다. 이들은 총독부의 향교 재산 관리권 박탈 및 향교 조직 약화 정책에 심각한 압박을 받았으며, 동시에 식민지 근대 지식인과의 경쟁 구도로 인해 종래의 사회지도층으로서의 지위에도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방 유림들에게 ‘유교의 도’는 총독부에 의해 관리되고 착취당하는 식민지민으로서의 자신의 현실을 외면하고 열악해진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회복하게 해주는 유일한 근거였다. 결국 ‘지방보고’ 란의 ‘열녀’ 재현은 이러한 식민지 시대 지방 유림이 식민화되고 주변화된 존재로서 자기 정체성의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재소환한 유교적 표상이다. 이들 기사에서 특히 여성의 몸과 노동이 착취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학대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 역시 식민지 시대 열녀 재현의 생산층이었던 지방 유림들이 자신들의 식민성을 투사한 내부 식민지로 여성의 몸을 발견하고 있는 증거라고 보았다.

노지승(인천대학교) pp.7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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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별들의 고향」의 대흥행 이후 한국에서 유행하게 된 호스티스 멜로드라마는 집창촌의 성매매 여성, 비어홀의 호스티스, 호텔이나 여관의 콜걸들, 도시를 떠도는 매춘여성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영화이다. 구체적인 작품들로는 흥행의 시작점이 된 「별들의 고향」(1974) 이외에도 「영자의 전성시대」(1975), 「여자들만 사는 거리」(1976), 「O양의 아파트」(1978), 「꽃순이를 아시나요」(1978)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호스티스 멜로드라마는 도시로 몰려든 여성 노동자들의 인생 이야기 즉 한국의 산업화 시기, 사회 이동을 경험한 여성들의 생애사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한국영화의 주류였던 멜로드라마는 70년대 이르러서 호스티스 멜로드라마라는 스타일을 통해 이 시기에 본격화된 여성의 이주 체험과 노동 경험을 영화의 내용으로 선택, 강화시켰다. 그러나 이 시기의 호스티스 멜로드라마는 여성들의 목소리로만 이루어진 일반적인 여성 생애사와는 다르다. 남성 관객들 역시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의 주요한 관객들이기도 했기 때문에 호스티스 멜로드라마는 여성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 이외에도 가부장제의 목소리가 여성인물의 목소리로 복화술 되어 있는 다성적이고 이중적인 텍스트였다. 따라서 이 논문은 여성의 목소리와 가부장제의 목소리가 섞여 있는 호스티스 멜로드라마의 이중성과 모호성을 고려하여 이 텍스트들에 내재되어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확대해보고자 하였다. 1970년대 호스티스 멜로드라마는 서울로 몰려든 여성들이 정당한 노동에 참여하지 못한 채 성노동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그려내면서 이러한 현실에 대한 여성들의 저항의 목소리를 동시에 담고 있다. 이들의 저항은 저항의 의도를 직접 드러내는 전면적인 저항이 아니라 침묵, 여성 공동체의 형성, 우울한 보행, 공간의 전유 등을 통해 판옵티콘적인 시선으로부터 탈주하는 방식으로, 약자의 무기를 활용한 일상적인 저항의 형태를 하고 있다.

Abstract

Following the box office success of the 1974 film Heavenly Homecoming to the Stars a new protagonist began to appear in Korean films: brothel employees, beer hall hostesses, call girls and sex workers strolling the streets emerged as key characters in some of the most famous films of this period. These melodramas became hugely popular at a time when young women were flocking to the cities to find work in Korea’s industrializing hubs. The plots of the films followed the experiences and life stories of these young women and the genre of melodrama, that dealt in emotional excess, seemed perfectly suited to capture the vicissitudes of rapidly modernizing Korea and the young women who were at the centre of social change: both mobility and exploitation. 1970s hostess melodramas uncovered the lives of those women who did not manage to find employment in the regular labour market and depicted women’s experience of migration to the cities and eventually the entertainment districts but at the same time critiqued capitalism and a patriarchal society that incorporated country girls into the sex industry. Hostess films remain a complex text. Although they present women’s voices, men were the primary intended audience for these films and in many respects the films’ female protagonists ventriloquise the concerns of a patriarchal society. This duality in hostess films: the blending of the voices of female sex worker protagonists and a patriarchal society, make these films extraordinarily rich sources from which women’s voices from the 1970s may be restored.

김소륜(이화여자대학교) pp.109-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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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고는 오늘날 한국 사회 내에서 ‘외국인’보다 더 낯선 타자로 치부되고 있는 ‘탈북자’에 관한 고찰을 통해 ‘타자’의 ‘타자성’에 관한 사유를 시도하고 있다. 이때 주된 연구 대상은 ‘탈북자’라는 소수자 내에서 또다시 ‘여성’이라는 중첩된 타자화를 요구받고 있는 ‘탈북 여성’들이다. 이들은 젠더· 자본· 계급에 의해 발생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최근의 한국 소설 내에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인물군(群)이다. 본고는 이러한 탈북 여성들이 남한의 기성 작가, 실제 탈북을 경험한 북한 출신 작가, 나아가 조선족 출신 작가의 작품들 속에서 어떤 식으로 형상화되고 있는지를 비교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남한 작가들의 작품에 그려진 탈북 여성들은 동정과 연민이라는 시선 속에 정형화되고 있음이 지적된다. 이는 주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타자에 관한 사유라는 점에서, 탈북 여성들의 문제를 동질화시킨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반면 실제 탈북을 경험한 작가의 작품에서는 탈북 여성들 내부에 존재하는 다층적인 균열을 통해, 탈북 여성들이 ‘타자’라는 이름 안에서 동질화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조선족 출신 작가의 작품에서는 ‘타자(조선족)’가 바라보는 ‘타자(탈북자)’의 문제를 통해 ‘타자’가 지닌 무수한 균열과 틈새, 그 규정될 수 없는 ‘타자성’의 본질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기화(서울대학교) pp.147-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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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유씨삼대록>에 나타난 진양공주라는 여성인물의 효 수행 양상을 살피고 그 의미를 논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유교의 규범적 담론에서 규정하는 여성의 효 수행에 관한 내용을 도출하고 이를 진양공주의 경우와 견주어 살핀 뒤, 서사 내에서 진양공주의 효 수행이 가져오는 효과를 분석하면서 그 의미를 차례로 짚어보고자 하였다. 우선 2장에서는 여성의 효에 관한 규범적 담론을 분석한 바, 여성은 혼인을 기점으로 효의 수행 대상을 친부모에게서 시부모에게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점이 규범의 핵심임을 도출하였다. 이를 고려할 때, 혼인 이후에도 친모에 관하여 지극한 효성을 발휘하는 <유씨삼대록>의 진양공주는 규범으로부터 일탈하는 인물형이라 할 수 있다. 이에 3장에서는 진양공주의 효 수행의 양상과 그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서사 내에서 진양공주가 수행하는 ‘효’가 어머니를 향한 딸의 효성의 발현이나 규범적인 덕목의 준수가 아닌, 특정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전유되는 일종의 정치적 자원임을 보였다. 나아가 『유씨삼대록』이 진양공주의 효 수행으로 인해 생긴 균열을 봉합하면서도 진양공주를 미화하는 서사임을 보임으로써, 이 인물의 유교적 덕목 수행이 저항과 복종의 틀로 해석될 수 없음을 제시하였다.

Abstract

This paper presents an analysis of the female character in Yussisamdaerok who represents the great filial piety. According to Confucian discourses on women’s filiality, women were expected to transfer their filial piety from their natal parents to their parents-in-law after marriage. However, the eighteenth century novel Yussisamdaerok introduced a fictional character, Princess Jinyang, who continues to direct her filial piety toward her natural mother, rather than her parents-in-law, even after she marries. This study focuses on this case and analyzes the meaning of the appearance of this character in Korean literature. This analysis of Princess Jinyang’s character challenges the former understanding that devoted daughter characters usually represent a woman’s natural filiality that cannot be redirected, not even to abide by Confucian norms. Instead, an examination of how Princess Jinyang continues to practice filial piety toward her natural mother indicates there are diverse meanings of her noncompliance. For example, Princess Jinyang uses the Confucian virtue of filial piety as her political resource. Although she deviates from Confucian norms of the female virtue, she justifies her behavior with Confucian causes (i.e., filial piety), and by maintaining filial piety toward her natural mother, she gains autonomy from her husband’s family. Accordingly, Princess Jinyang is not just another case of a devoted daughter character in Korean literature. Rather, the representation of this character reveals that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female character and Confucian ideology cannot be understood as a simple dichotomy of resistance versus subordination.

김문희(경기대학교) pp.17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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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의 목적은 고전장편소설 속에 나타나는 여성들의 유머 담화의 양상과 웃음을 창출하는 방식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조선시대 여성들의 웃음의 세계와 웃음의 성격을 탐구하는 것이다. 고전장편소설의 유머 담화는 그 내용과 웃음을 창출하는 방식에 따라 자기 과시와 합리화에 기반한 웃음, 이면적 부부관계 폭로에 기반한 웃음, 우월함과 고상함의 가치 격하에 기반한 웃음, 과도함과 부당함의 저항에 기반한 웃음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이중 자기 과시와 합리화에 기반한 웃음은 양반가 여성들의 현실 자족적 인식에서 비롯되고 이것은 상생적 웃음의 성격을 띤다. 이 웃음은 양반가 여성들의 계층적 특수성에서 만들어지는 웃음의 세계이다. 이면적 부부관계 폭로에 기반한 웃음과 우월함과 고상함의 가치 격하에 기반한 웃음은 양반가 여성들의 삶에 대한 균형 감각과 유연한 태도에서 비롯되고 이것은 주변과 소통하는 연대적 웃음의 성격을 띤다. 이 웃음은 양반가 여성들의 당위와 현실을 직시하는 삶의 태도가 만들어내는 웃음의 세계이다. 과도함과 부당함의 저항에 기반한 웃음은 아내와 자녀를 부당하게 대하는 가부장을 비판하고 유교 사회의 남성 중심주의가 강제하는 부당성을 비판하는 비판적 인식에서 비롯되고 이것은 저항적 웃음의 성격을 띤다. 이 웃음은 여성의 젠더적 차원의 인식이 작동하여 만들어내는 웃음의 세계이다.

Abstract

This study aims to examine the patterns of women's humorous discourse and the way of creating laughter in Korean classical long novels and explore the world of laughter and the nature of laughter in women who lived during Joseon Dynasty. The humorous discourse of Korean classical long novels is characterized into several kinds according to the ways of creating laughter: laughter based on self-exaggeration and rationalization, laughter based on the revealing of inside couple relationship, laughter based on the downgraded superiority and nobility, and laughter based on the resistance against the excessive and unfairness. Among them, the laughter based on self-exaggeration and rationalization are made from the realistic self-awareness of the women of the noble birth and they have the character of a win-win laughter. The laughter based on the exposure of couple’s inside story and the laughter based on the lowering of the value of the superiority and the nobility are made from the balanced sense of life and the flexible attitude of women's life in noble society, and they have the character of solidarity communicating with the surroundings. The laughter based on the resistance against the excessive and unfairness is made from a critical awareness that criticizes the patriarch who treats his wife and children unjustly and criticizes the injustice imposed by the masculinity of Confucian society, and it has the character of resistive laughter.

황수연(홍익대학교) pp.21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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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본고는 18세기 어머니 행장을 어머니와 아들의 인정 행위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어머니의 지적 능력과 문자 생활은 평설 및 남편과 아들의 출처와 교우 관계에 대한 충고를 비롯하여 간접적인 정치적 참여로 이어진다. 하지만 아들은 어머니의 문자 생활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을 경계하여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였다. 어머니의 희생으로 가족이 조화를 이루고 살 수 있었으며 치산을 담당했던 사실을 인정했다. 아들은 어머니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물욕에 욕심이 없는 성격으로 형상함으로써 그것이 가능했던 근거를 제시한다. 투기 금지와 삼종지도를 주장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유교 질서에 순응하고 실천한 여성이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은 성차별적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데 일조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삶이 기억되고 ‘인정받기’ 원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행장을 작성한 아들은 ‘인정하기’를 통해 어머니의 삶을 자신의 시선에 의거하여 기록하였다. 어머니 행장은 조선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욕망과 가문의 격을 높이는데 일조한 어머니의 공로를 인정한 아들의 욕구가 결합한 글쓰기이다.

정지영(이화여자대학교) pp.243-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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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사대부 남성들이 쓴 죽은 딸과 누이에 대한 글 속에는 유교적 부녀 규범을 기준으로 그 삶을 평가하는 내용뿐 아니라, 그들의 특출한 딸/누이에 대한 애착이 뒤섞여 있다. 죽은 딸과 어린 누이에 대한 글은 대체로 유교적 덕목에 따른 전형적 문구들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남자로 태어나지 못하여 아쉽다”는 탄식과 함께 그녀들이 그 자체로 얼마나 재능 있고 영특했는지, 세상에 대한 바른 식견을 갖고 있었는지, ‘여자’라는 조건이 얼마나 속박이었는지를 드러내곤 한다. 그 글에서 ‘총명함’이 강조된 여성들은 대체로 당대 최고의 가문, 또는 가난하지만 이름난 집안의 딸이었다. 그녀들의 총명함은 우월한 가문을 드러내기 위한 자랑거리였지만, 동시에 부녀의 덕목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제한될 필요가 있었다. 이렇듯 집안의 비범한 딸/누이에 대해 서술하는 것은 그녀들의 ‘총명함’이 발휘될 수 있는 경계를 설정하는 일이었지만, 그녀들의 특출함은 그 경계를 넘어 돌출하곤 했다. 사대부들은 스스로 그 한계를 넘나들며 자신에게 소중한 그녀들의 특출함을 드러내었다. 죽은 딸과 누이에 대한 사대부의 글 속에는 그녀들이 어린 시절에 얼마나 총명했는지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부녀의 덕목에 어긋나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에서 수습해야 했던 긴장과 분투가 담겨 있다.

Abstract

The writings by scholar-officials in the late Joseon period for their dead daughters and sisters present a paradox of praising brilliant daughters and setting the limits for such intelligence. These writings not only provide us with precious details of upper-class women’s lives in the Joseon society, but they also reveal the complex nature of how the norms were created, revisited, and re-invented. The women whose lives were in the writings were highlighted both as the models of womanly virtues and as brilliant daughters of prominent families. The authors, on one hand, praise the intelligence of the deceased family members, and on the other hand confined such brilliance within the framework of virtues and women's work. They set limits for women with the normative vision of womanhood, and yet created a fissure for women to give rise to new possibilities.

김양선(한림대학교) pp.269-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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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논문은 박경리의 <파시>를 ‘향토 멜로드라마’로 정의하고, 멜로드라마-근대성-젠더 간의 관련성, 그리고 한국전쟁으로 인해 공적 사회의 장에 진출한 여성들의 이동성과 위치성이 지닌 의미를 규명하고자 한다. 전제가 되는 것은 야만, 미개, 토착성과 관련이 있는 향토 멜로드라마의 이야기짜기(plotting), 서사적 의도가 여성(성)의 전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레이 초우의 ‘원시적 존재’, ‘고귀한 야만인’으로서의 여성을 <파시>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인 ‘수옥’에 주목하였다. 이북->부산->통영->개섬->통영에 이르는 수옥의 이동, 주변부-향토-수난 받는 여성이라는 위치성은 전쟁과 자본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근대의 동력에 의문을 표한다. 한편, 학자의 위치성은 통영-향토에서 부산-대도시로 이동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학자의 이동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여성성의 사회적 지형이 변화한 데 기인한다. 그녀는 죽희나 명화같은 부르주아 여성과는 다른 계층적 위치에서 여성성과 섹슈얼리티를 적극적으로 연행하고,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전쟁과 그 이후를 살아가는 여성의 위치성을 보여준다. 향토 멜로드라마의 특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은 명화와 응주이다. 통영은 이들의 사랑이 지속되고 끝나는, 향토 멜로드라마가 펼쳐지는 장소이다. 학수와 학자, 수옥의 향토-멜로드라마가 시장과 전시 상태의 엄혹함을 이겨내고 이들이 모종의 성숙을 이루는 데 도달한 반면, 명화와 응주의 향토 멜로드라마는 혈통과 근친상간이라는 운명에 강박된, 현실성이 소거된 순진성, 낭만성을 이상화 한다. 이 성격이 다른 두 향토 멜로드라마는 한국전쟁이라는 이데올로기와 속물들의 근대에 항의를 표하는 청춘들의 서사라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 같은 서사로 볼 수 있다.

김은하(경희대학교) pp.293-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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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문구의 <장한몽>은 196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서울시 서대문구 신천동의 공동묘지를 경기도 광주군 명주리로 옮기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산 5번지는 본래 풍광이 아름다운 산이었지만, 6.25 전쟁 동안 약 이천 개의 무덤이 불법으로 생겨나면서 공동묘지가 되었다. 그러나 미국인이 혼혈아를 위한 기술 학교를 조성하면서 묘지 이전이 시작된다. 묘지는 이제 원한에 찬 혼령이 배회하는 그로테스크한 장소가 아니라 전쟁 혼혈아들이 저마다 기술을 익혀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학교로 용도 변경되는 것이다. 이는 이장(移葬)이 살아남은 이들의 마음을 짓누르는 전쟁의 회한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모색해 가는 상징적 행위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장’의 모티프는 울분과 침통의 나날을 벗어나 진보와 쇄신을 통해 역사의 새로운 전진을 모색하는 개발주의에 부응하는 내러티브이다. 개발은 단순히 도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편성하는 국토의 개발 전략에 머물지 않는 자기 개조 사업이다. 개발은 명분주의적이고 이상주의적이면서 현실 생활에서는 나약하고 상호 의존적인 전통적 남성성을 벗어나 생존 주체로서 근대적 남성성의 자질을 획득하도록 명령하기 때문이다. 전통/근대, 농촌/도시로의 이동과 전환은 사회 변동이 무성(無性)적인 것이 아니라 남성이 진취적 행위자로서 산업 사회의 남성성을 획득하는 젠더화된 드라마임을 뜻한다. 특히 이 소설은 경쟁의 도시 서울에서 생존의 자본이 취약한 하위 계급의 남성들이 불법과 반칙마저 무릅쓰며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위 계급 남성들이 보여주는 남성우월주의로서 ‘대항적 남성성(protest masculinity)’은 중간 계급의 ‘지배적 남성성’이나 청년문화운동 세대의 퇴폐적이고 ‘우울증적 남성성’과도 구별되는 개발기 남성성 서사의 한 유형이다.

이혜원(고려대학교) pp.32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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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은 식민지배와 가부장제에 대해 타자로서의 여성이 갖는 예리한 현실인식을 살필 수 있는 이론이다. 본고에서는 고정희, 김승희, 허수경의 시를 통해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의 다양한 의미와 시적 가능성을 탐색한다. 고정희는 폭력적 역사의 희생자이면서도 그러한 역사를 극복하는 주체라 할 수 있는 한국 여성 특유의 역사성을 강조한다. 또한 이를 표현하기 위해 전통적인 시가 형식을 도입하는 등 한국 여성시의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개척해간 선구자이다. 김승희는 평범한 일상에 편재해 있는 제국주의와 여성 차별의 그늘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해낸다. 일상의 순간들과 역사적 사실, 개인의 삶과 집단의 기억을 병치하는 특유의 교차 서술로 여성들 간의 자매애와 연대감을 역동적으로 표출한다. 허수경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식민화된 여성들의 신체를 통해 전쟁과 같은 폭력적인 역사 속에서 지속되어온 여성 차별을 재현한다. 허수경의 시는 여성 수난사의 뿌리가 깊고 앞으로도 쉽게 나아지기 힘들다는 부정적인 전망을 우화의 선명한 구조로 보여준다. 이들은 여성문제에 작용하는 역사적 상황을 심도 있게 탐구하는 과정에서 성적 차별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긴요한 준거를 마련하고, 한국 여성시의 탈식민주의 페미니즘을 대표할 만한 독자적인 시선과 미학을 형성한다.

이채원(서강대학교) pp.355-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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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논문은 한국현대소설에서 이방인들, 특히 결혼이주여성들이 형상화 된 방식을 젠더정치학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어떤 시선에 포획되어 타자화 되는지를 고찰하고 특히 젠더화 된 서발턴의 소거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하위주체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 했는지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지배언어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는 의미 있는 시도가 가지는 한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경계에 선 정체성을 가진 조선족 여성의 서술을 통해서는 한국 근현대사의 초상(肖像)을 조망했다. 이는 제국주의와 남근중심주의와 자본주의의 결합이 만들어낸 폭력성이 한국 현대사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을 이주여성의 서사를 통해 부각했다는 의미가 있다. 한편 외국인노동자와 한국여성의 결합이 가지는 유표적인 의미에도 불구하고 굳건하게 존재하는 가부장적 혈연중심 가족주의의 한계를 논했다. 또한 이방인에게 우호적인 시선조차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논증했다. 무엇보다 전복의 가능성을 약화시킨 저변에 작가의 남성판타지가 자리하고 있음을 포착한 것이 중요하다. 자본주의와 결합한 가부장제 국가에서 기획한 미디어 속 다문화 여성들이 기존의 가부장제를 수호하는 캐릭터로 형상화 되었다면, 이를 전복할 수 있는 숨겨진 목소리들을 드러내는 것이 문학적 성찰의 과제이다. 그들이 겪는 폭력을 고발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그들 개개인의 시선과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문화에 대한 논의가 부상된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현재 제노포비아는 더 강력해졌다. 이는 정치 경제 사회문제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를 이방인들을 증오하는 방식으로 해소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이 이주노동자들의 폭력의 대상이 되리라고 경고하는 이들은 정작 한국남성의 한국여성에 대한 폭력에는 침묵한다. 이주여성은 더 쉽게 폭력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양상들은 (유사) 제국주의적 사고의 결과이며, 여성이 식민지와 등가성을 가진 기호인 이상 탈식민과 젠더정치학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손지연(경희대학교) pp.389-410
오혜진(성균관대학교) pp.413-422

여성문학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