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여원』을 중심으로, 여성교양의 개념의 구체적 내포 및 변모과정을 추적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이 확인되었다. 1950·60년대 여성 정체성과 근대성의 개념은 고정된 집합체가 아니라 구성체로서 젠더화 된 것이며, 정치적 과정과 연결되어 있었다. 전후에도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었으며, 여성교양은 젠더별, 세대별, 시기별로 다른 내포를 띠고 있었다. 전후의 여성교양은 시민교양으로서의 여성교양이었다. 남성젠더의 여성교양은 남성 중심적 보편성 하에서 여성자질이라는 긍정적 특수성을 인정하지만 하위 파트너로만 여성을 인정하는 것이었음에 반해, 여성젠더의 여성교양은 여성의 열등성을 거부하고 역사적 상대성 범주로 위치시킬 것을 강조하였다. 여성교양을 통한 남성젠더의 지배전략의 이중성은 교양개념의 계층별 적용, 여성 간 상호 타자화 전략, 여성교양의 서구화 경향에서 목도되었다. 남성젠더의 여성교양은 문화적 교양, 예술적 교양, 서구적 교양, 에티켓 등이었지만 미국 중심적인 것은 아니었다. 1950년대 남성젠더가 ‘여성교양’이라는 이름 하에 여성들을 호명하는 방식은 ‘위험한 여성’들을 미지의 서구적 교양으로 유인하면서 흐려진 젠더 경계를 재편하여 새로운 ‘남성의 역사’를 쓰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반면 여성젠더의 여성교양은 역사적 상대성을 강조하였다. 여성을 남성과 대등한 존재로서 관계설정 하면서, 남성과 동일한 민주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 보고 민주사회의 구성원에게 요청되는 여성교양을 역설하였다. 1962년 이후에는 여성교양의 개념이 국민교양의 개념으로 전환되고 군사화되는 교양의 면모가 일견 드러나지만 아직 국민교양=군사화된 교양은 아니었다. 이때는 젠더 범주보다 세대 범주가 우선성이었다. 1965년 이후에 이르면 ‘교양’의 의미가 퇴색하여 여성교양이란 용어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주부학 등의 전문성과 더불어 교양/전문의 이분법이 새로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때의 주부는 ‘제도로서의 주부’로서, 어머니의 위상을 수정하고 전 가족 구성원의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합리적 폭력으로서의’ 권력을 지니게 된다. 이는 여성권력의 기원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다. 한편 고등교육의 대중화는 지식의 전문화에 기초하여 교양을 타자화 하였다. 1965년경부터 교양은 시민교양 또는 국민교양이라는 범박한 범주에서 벗어나 각종 ‘전문’성 및 ‘실용’성과 대결해야 하는 지난한 길을 걷게 된다. 1950년대는 여성이 시민으로 등장하고, 여성젠더에 의한 역사적 상대성의 발견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국가, 사회, 시민과 페미니즘의 ‘불행하지 않은 결합’이 이루어진 시기였으며, 1960년대 역시 주부교양이 여성권력의 기원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사회, 시민과 페미니즘의 ‘불행하지 않은 결합’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페미니즘 경제학에 입각하면 주부라는 가정 내 여성을 새로운 변혁 주체로 설정하는 새로운 비전이 가능하다.
본고는 전후 발간된 여성지인 『여원』이 여성문단의 형성과 여성문학 장의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규명하고자 한다. 첫째, 『여원』은 문학내적으로는 ‘여원신인문학상’ 제도를 통해 신진여성작가를 배출하고, 기존의 제2기 여성작가들을 심사위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여성문단의 형성에 기여했다. 문학외적으로는 여성작가들을 좌담회, 강연회, 시론, 독자상담란의 주요 필자로 포섭함으로써 여성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였다 . 둘째, 『여원』은 그동안 여성문학사에서 배제되었던 제 1기 여성작가들을 호명하거나 식민지 시기 여성작가들을 언급함으로써 여성문단의 ‘최초’를 밝히고자 하는 ‘기원에의 욕망’을 드러낸다. 즉 여성문학 장 내지 계보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다. 셋째, 『여원』은 여성작가들의 장편소설들을 꾸준히 연재함으로써 195·60년대 문단의 또 다른 지배적 경향이라 할 수 있는 소설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넷째, 전후 여성문단은 독자적인 조직인 <한국여류문학인회>(1965)를 결성하고, 『한국여류문학전집』을 발간하여 여성작가들을 결속시키고 여성문학을 제도화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 . 또한 『여원』은 ‘한국여류문학상’을 제정하여 여성문학 장을 공고히 하고 , 여성문학 정전을 창출하고자 했다. 여성문학 장이 기존 문학제도와는 독립적인 문학상 제정을 하는 과정에서 소설편중 현상, 장편화, 상업성과 같은 일정한 경향을 띠었다는 점은 1960년대 문단 내부에서 ‘여성작가’와 ‘여성문학’이 소비되는 양상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 여성문학 장은 여성지라는 대중적인 매체를 통해 남성문학 장과는 다른 영역을 확보했다. 그 와중에 『여원』을 비롯한 여성지는 여성작가와 작품을 적극 활용하고 스스로 여성문학 장의 제도화를 꾀함으로써 다른 매체와 차별성을 꾀했다. 여성지와 여성문학, 여성작가의 공생은 전후 여성문학이 새롭게 성취한 영역인 것이다.
본고는 1950·60년대의 대표적인 여성잡지인 『여원(女苑)』에 나타난 여성소외 계층에 대한 담론 형성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국가 재건 프로젝트가 철저히 이중화된 담론으로 일상을 규율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 보았다. 이 연구는 1960년대의 근대화 프로젝트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되었으며 또한 일상 속에 그 사회적 담론이 어떻게 파고 들었는가하는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찾고자 하는 시도이다. 『여원』은 도시 중산층이라는 한정된 계급을 주 독자층으로 산정하여 편집된 잡지이다. 이 가운데 잡지에 등장하는 소재들은 도시 중산층의 관점에서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서로 길항관계를 이루며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여원』은 산업화가 가속화되어 가는 가운데 소비의 주체가 된 여성에 대해 박정희 정부의 정치적인 입장에서 규제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여원』은 표면적으로는 여성의 권익 신장이나 주체적인 자각에 대한 의식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는 도리어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심화시키는기제를 은폐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작용할 뿐이다. 식모, 여공, 여차장, 윤락여성 등 여성 소외 계층을 다루는 논의에 숨겨진 의도는 여성독자에게‘낭만적 사랑’에 만족하는 ‘현모양처’, ‘스위트 홈’의 건실한 주체자로서의 위치가 가장 행복한 것이며 이상적이라는 것을 내면화하게끔 하는 것이다. 또 여성 소외계층 대상을 다루는 취재 기사나 르포 속에 나타난 서술자와 취재 대상간의 관계는 가부장적인 사회질서에 따라 구성되어진 권력관계의 단면을표상한다. 그리고 『여원』은 이런 설정을 반복하여 등장시킴으로써 중산층 여성독자에게 자신의 계급적 위치의 안정감을 재확인시켜 국가 정책에 충실한현모양처가 될 것을 강조한다. 결국 여성지 『여원』은 국가 시책에 호응하는현모양처를 훈육하는 매개체로써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본 논의는 『여원』을 통해 간통의 담론화가 남성 가부장제와 착종되어 여성의 성을 배제하는 방식을 살필 것이다. 그러나 권력으로 여성을 타자화하는과정 속에는 남성 주체의 균열된 지점이 필연적으로 노출되기 마련이다. 본논의는 이러한 지점을 포착하여 역으로 여성의 전복의지를 드러내고자 한다. 『여원』은 당시 여성문제를 공론화했던 대표적 잡지이며, 현대적 의미를 담고 있는 첫 잡지로 평가되고 있다. 담론에는 권력관계와 주체성의 문제를 내재하고 있어, 『여원』은 섹슈얼리티를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섹슈얼리티는 관계성을 매개로 성립하기 때문에 사적이고 공적인 의미영역이 중요하다. 특히 ‘간통’을 통해 담론의 양상을 살피는 것은 사랑이라는 개인의 행위가 사회적 영역이라는 차원에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성과 사랑의 의미가 권력관계를 통해 양산되는 의미뿐만 아니라 여성의 정체성을 밝히는데도 유효한 근거가 된다. 더군다나 1950~60년대에는 간통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다. 그것은 ‘숙녀들의 광기’로 명명될 정도였다. 본고는 ‘광기’에 내재된 전복성에 주목할 것이다. 공적영역에서 여성의 탈 근대적 의지는 경제력과 여성 육체에 대한 자각을통해 나타난다. 경제적 측면에서 여성의 ‘계’조직을 통해 생산된 ‘마담뱅크’는사회의 경제를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 경제력을 소유한 여성으로남성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지향하는 여성군이다. 이는 경제개발 계획에 의해 경제적 주체로 거듭나고자 하는 남성주체를 위협하는 여성인물로서 배제되어야 할 여성이다. 또 “아푸레 껄” “신생부인족”의 ‘육체 해방’적인 성인식은 남성 가부장제에 귀속되어 통제되어 왔던 여성 육체를 해방하고자 하는의지를 담고 있다. 더군다나 순결교육이 남성에게도 적용되는 정결교육으로실행되었다는 것 또한 당대 육체에 대한 근대적 자각을 나타낸다. 사적영역에서는 여성의 경제력과 쾌락적 성의 허여로 전복성이 드러난다. 전통적 모성과는 변별성을 지향한 현실적 모성에는 이성적 자각을 토대로 한현실성과 책임감을 내재하고 있다. 현모/요부를 겸비한 양가적 아내는 남성만의 특권이었던 성의 쾌락성을 여성이 주체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탈근대적 지향의지가 드러난다. 『여원』은 여성독자를 지향한 대표적인 여성잡지임에도 불구하고, 남성독자의 마음을 담지한 기존 질서를 담론화하면서, 그것을 저항하는 여성의 폭발적인 내면까지도 수용하며 대중잡지로 거듭날 수 있었다.
본고는 여성잡지 『女苑』에 실린 ‘수기’에 드러난 여성의 자기서사의 서사적 특성과 의미를 탐구하는데 목적이 있다. ‘수기’에 드러난 여성의 자기서사특성은 평범한 여성이 자신의 삶을 자발적으로 진솔하게 고백하고, 독자들과소통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이 자신의 체험을자기서사화 한다는 것은 여성의 삶이 발화되고 소외된 존재에서 자기를 드러내는 자기표현이 시작된 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는 여성의 연대의식과 체험이 공유되고 주체적인 여성성을 모색할 수 있는 출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 여성의 자발적인 참여에도 불구하고 ‘수기’에 드러난 여성의 자기서사는 일정부분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담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하다. 이는 여성잡지라는 매체적 특성과 관련이 있으며, 편집자의 편집의도에 따라‘수기’의 주제 선택과 내용의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여성 필자는 여성의 체험 서술과 편집자의 의도 사이에 동의와 저항이라는방식으로 사회적 합의에 대응하고 있다. 이에 본고는 『女苑』에 실린 ‘수기’에 나타난 여성의 경험들이 어떻게 자기서사화 되고, 여성의 자기서사와 지배이데올로기의 관련성 등을 통해 ‘수기’의서사적 특성과 의미를 고찰하고자 한다.
본고는 「쌍성봉효록」 의 교씨와 「임씨삼대록」 의 옥선을 중심으로 고전대하소설 속 탕녀형 인물의 몸의 형상화 방식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 두 인물은여타의 대하소설 속 탕녀형 인물과 유사하면서도 몸의 형상화 방식에서는 극도의 극단적이고 기괴스런 변형을 통해 ‘타자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들의 몸은 등장에서부터 요부․악녀로 규정될 뿐만 아니라, 점차 엽기적인 요물로 변형되고, 종국에는 오랑캐 땅으로 추방되는 과정을 겪는다. 이런과정에서 이들의 몸은 매우 우연적인 설정에 의해 당대의 남성들이 도저히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변형되거나 훼손되고 있었다. 탕녀형 인물에대한 이러한 극도의 차별과 배제는 결국 당대 남성 중심의 권력구도를 재현하기 위한 장치임을 알 수 있다. 탕녀형 인물이 일부다처제의 가부장제에 근거한 기존체제를 교란시키고 전복시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들을 타자로배제시킨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러한 불안감은 이들 탕녀형 인물이 요물, 오랑캐 등 당대의 타자들을 모두 규합하여 중원을 전복하려는 양상으로 형상화되고 있었다. 그러나결국 이들의 규합은 실패로 돌아감으로써 탕녀에 관한 서사는 다시금 남성중심의, 중원 중심의 기존질서를 공고히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체제순응적인 이러한 안정적 결말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는 봉합되지 않은 균열이 자리함으로써 이들 작품은 새로운 긴장감을 창출하고 있었다. 탕녀형 인물에 대한 강한 배제의 논리와 더불어 강한 선망의 태도가 공존함으로써 탕녀에 대한 공포와 갈망의 아포리아가 재현되는 한편, 탕녀형 인물에 대한 가혹하리만치 혹독한 배제의 논리 안에는 당대 이데올로기가 지닌협소성이라는 한계가 노정되어 있었다. 가장 전형적인 선악의 이분법적인 구조를 보이는, 고전소설 속 탕녀에 관한 서사 안에 당대의 남성 중심적 체제에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탕녀형 인물에 관한 서사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이 논문은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한국 여성시의 고백시적 특성을 연구한 것이다. 그동안 한국 여성시는 전통적 서정형식과 부드럽고 절제된 언어로 여성적(feminine)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사랑, 모성, 자연 등을 노래했다. 그러나 70년대 후반에 이르러 한국 여성시는 기존의 서정적 양상을 크게 벗어나 페미니스트적 목소리로 사회비판적 분노와 개인의 상처 등을 노래하게 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페미니스트 시들을 여성주의적(feministic) 비판시와 여성주의적 고백시(feministic confessional poems)로 구분하였다. 이러한 여성주의적 비판시의 시인으로는 고정희를, 여성주의적 고백시의 시인으로는 최승자, 김승희, 김혜순, 김정란, 박서원, 석영희, 이연주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논문의 초점을 선명하게 하기 위하여 최승자, 박서원, 이연주 시인으로 연구의 대상을 좁혔다. 한국 여성시가 고백시적인 경향으로 전환하게 된 원인을 필자는 3가지로 보았다. 첫째, 정치적으로 권위주의 정치 체제 안에서 ‘반정부’ ‘민족’ ‘민주’라는 큰 틀이 힘을 가지게 되었고 그 틀 안에서 ‘개인’은 억압을 당하였다. 그리하여 ‘개인’의 내면의 위기를 탐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백적 경향이 부상하였다. 둘째, 문단 내적으로는 60년대의 순수/ 참여 논쟁, 70년대의 민족문학혹은 민중 문학 논쟁들이 있었는데 그 논쟁으로 다 표현할 수 없었던 ‘개인’의 무의식이 고백적 목소리로 분출되었다. 셋째 페미니즘 이론의 소개와 실비아플라스나 앤 섹스턴의 고백시의 번역, 소개 등에서 문화적 자극을 받아서 고백시가 나타났다. 여성주의적 고백시의 대표적 시인으로 논의된 최승자 시인의 경우 고백시 비평가인 알바레즈의 『잔인한 신』을 번역하여 고백시 비평과실비아 플라스의 시와 자살 등을 소개하기도 하였다는 것은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할 수 있다. 최승자, 박서원, 이연주의 텍스트는 형식면에서 일인칭 화자의 목소리를 부각시키면서 자전적 맥락을 많이 드러낸다. 시 속에서 일상 구어체를 사용하고‘개새끼’ ‘똥강아지’ 같은 쌍욕, 비속어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시의 서정적 형태를 허물고 산문체를 사용하여 시를 ‘열린 형식’으로 개방시켰다. 내용면에서는 자신의 상처와 치부를 과감히 드러내며 가부장적 사회, 문명에 대한 분노와 광기를 충동적으로 표출한다. 그동안 전통 서정시에서 많이 드러나지않았던 여성 광기의 표출과 죽음 충동이 여성주의적 고백시에서는 절박하고도 직핍적인 어조로 나타난다. 반어나 역설, 패러디, 언어유희의 전략 등을 과감하게 사용하기도 하였다. 실비아 플라스와 비슷하게도 가부장적 문화 속의‘아버지-남성’은 ‘지킬박사와 하이드, 히틀러의 합성 완제품’(박서원)으로 나타나며 ‘딸-여성 자아’는 희생자, 제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고백시는 정화적, 속죄적, 초월적 효과를 가진다는 의미에서 치유적이다. 그러나 종교적 고백의 경우 죄를 사하고 신과 재통합하는 효과를 주는 반면 고백시인의 경우 자신의 어둡고 불우한 상처를 드러낸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고립과 소외를 받을수도 있기 때문에 위험한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고백시인들은 문명과 가부장 질서를 부정하고 자신의 상처와 광기와 고통을 극적으로 드러냄으로써 현대 세계 안에서 소외와 고립을 앓고 있는 개인의 심리적 위기를 치유해나간다. 이렇듯 한국 현대 여성시인들의 고백시적 경향의 텍스트들은 여성 자아의 내면의 위기와 분노, 광기, 자살 충동 등을 정직하게 드러내 줌으로써 문명과 남성중심 사회의 억압을 고발하고, 시인 ‘개인’의 위기의 절박성을 현대인 전체의 위기의 보편성으로 확장시켰다고 하겠다.
1990년대는 성담론이 매우 왕성하게 이루어졌던 시대였다. 현대문학의 영역에서는 물론이고 고전문학에 대한 연구의 영역에서도 성에 관한 담론들이 활발히 연구되었다. 필자는 1990년대에 이루어졌던 성담론 연구의 집중 현상에 주목하여, 1990년대 여성시인들의 시와 조선시대 후기(18세기 후반~19세기 초)의 사설시조에 나타난 성적 표현들을 비교, 검토하고자 하였다. 1990년대에 이루어졌던 성담론과의 연계선상에서 고찰한 당대 여성시인들의 시와 조선시대 후기 사설시조의 비교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작가의 익명성이다. 1990년대 현대시가 갖는 실명의 의미는 특기할 사항이없으나, 사설시조의 익명성은 ‘금기’를 주제화하는 점에 있어서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당시의 실정법 상으로나 도덕적으로 결코 가능하지 않았던 성담론들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익명에 힘입은 탓이다. 그런데 사설시조의 익명성이 지닌 의미를 단순히 ‘금기’를 위반하는 상황 속에서의 긍정적 역할로만 규정지을 수는 없다. 이것은 사설시조를 비롯한 고전시가의 향유 방식에 있어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으로서, ‘구전’이라는 전승 방식과도 깊은 관련을 갖는다. 이 부분은 사설시조가 단지 조선시대 후기에 새로이 제작된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닌, 전래되는 민요와의 상관성도 고려해야 할 문제이므로 쉽게 판단내릴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사설시조의 한 특징인 ‘익명성’의 문제가 당대사회의 금기를 위반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음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사설시조에 나타난 성적 욕망의 담론들은 조선시대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는 저항의 측면을 지님으로서 긍정적인 의미를 획득한다. 이러한 부분은 나아가 새로운 세계를 세우고자 하는 개혁에의 의지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사설시조의 작자층을 민중으로 보게 될 경우, 성적 금기를 위반함으로써 드러난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의 모습은 이어지는 민중저항운동과도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그러나 사설시조 작자층의 문제에 있어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부분들이 있음으로 인하여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요구되며, 선행연구의 축적 또한 필요하다. 1990년대 성담론과 연관된 여성 시인들의 시는 남성지배 이데올로기에 반항하는 측면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사회의 금기에 대한 위반을 과감히 토로함으로써 남성중심 사회에 대한 저항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는 것이다. 따라서 1990년대 성담론과 연관되어 논의된 여성시인들의 시와 18세기 후반 19세기초에 이르는 조선시대 여성화자의 사설시조는 당대 사회의 금기에 대한 위반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1990년대 여성시인들의 시가 남성지배중심의 성문화에 대한 저항의 의미였다면 사설시조의 여성화자들은 중세의 엄격한 유교적 윤리 안에서 ‘간통’이라는 죽음과 맞물린 일탈을 통하여 지배 권력에의 저항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점이 있다면 1990년대 여성시에 있어서 과감한 성적 담론들이 도발적, 공격적인 성향을 띠고 있는 반면, 사설시조에 있어서 여성화자들은 범법의 상황을 익명성에 기대어 과감히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감한 고백에 수반되어 나타나는 사설시조의 희극성은 범법행위에서 오는 불안이나긴장을 약화 혹은 무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남성 작가들이 여성화자의목소리를 빌어 과감한 성적 표현을 했다고 가정해 본다면 사설시조의 희극성을 논의하는 일은 좀더 복잡해질 것이다. 남성들이 자신들의 성적 일탈행위를한낱 우스개로 만듦으로서 사설시조의 성담론이 갖는 심각성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킨 것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대 사회의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서 과감하게 금기에 대한 ‘위반’의 모습을 거침없이 보여줌으로써, 사설시조가 획득해낸 ‘저항’ 이데올로기의 국면은 높이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다.
강경애는 여자/빈자/아픈 사람의 눈으로 세계의 환부를 직시한 작가이다. 「동정」, 「원고료 이백원」, 「산남」 등의 작품은 강경애의 전기적 사실과 거의 부합하는 여성 작가가 일인칭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자신의 내면풍경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동반자 작가 강경애의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위치와 윤리의식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 이 자료들은, 강경애가 객관세계를 다만 직시했을 뿐 아니라 그 참상에 공감하고 동정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강경애는 여자/빈자/아픈 사람의 입장에서 세계와 더불어 아파했다. 여자/빈자/아픈 사람이란 다시 말해, 자본주의/제국주의/가부장제 사회에서 동정을 집행하고 실천할 능력이 현저히 결핍된 주체이다. 능력은 없으면서 동정하고, 그 동정의 책임성에 대해 매섭게 질문하는 것이야말로 강경애 자전소설의 한 특징이다. 공선옥은 “가난한 ‘유랑작가’”의 눈으로 풍요, 소비 사회의 이미지가 은폐한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 공선옥의 작가의식을 대변하는 작중인물의 감정있는 눈/카메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부단히 기록함으로써, 왜곡된 이미지를 과잉 생산하여 현실을 비현실로, 비현실을 현실로 조작하는 주류 사회의눈/카메라에 대항한다. 『유랑가족』으로 묶인 다섯 편의 연작, 「겨울의 정취」, 「가리봉 연가」, 「그들의 웃음소리」, 「남쪽 바다, 푸른 나라」, 「먼 바다」는 한 삶이 다른 삶을 반영하는 인드라망의 세계를 재현하거니와 이를 통해 작가는 모든 삶이 연결되어 있고 한 삶이 다른 삶에게 실천하는 동정이야말로 우리의 과제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강경애와 공선옥은 스스로 가난한 여성이었기에 세계 속 인간의 고통에 대해 남달리 예민하게 반응하고 동정할 수 있는 포지션에 작가로서의 입지를 정할 수 있었다. 이들의 작품 세계는 그러한 위치정하기와 책임성의 문학적 결과물일 것이다.
본고에서는 북한 문학에서 시대와 민족, 젠더의 대상으로서 관찰되고 표현되는 여성의 정체성을 분석해 보았다. 지금까지 북한 여성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북한 여성 정책 분석을 중심으로 한 것과 『조선녀성』을 중심으로 한 문학 분석들, 북한 여성작가의 작품에 대한 연구로 대별된다. 본고에서는 지금까지의 연구보다 좀 더 폭넓게 고찰할 수 있으며 최근의 북한문학 경향을 알 수 있는 대상으로 북한 작가동맹 월간지인 『조선문학』을 선정하여 ‘고난의 행군’ 이후 시기(1997~2006)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최근 10여 년 동안 북한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문학 속에서 ‘고난의 행군’ 이후의 현실을 반영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특히 문학에 표현된 여성상에는 조국애와 모성, 민족성이 맞물려 북한만의 특색을 나타내고 있다. 『조선문학』을 통해 살펴본 북한의 여성상은 ‘고난의 행군’ 극복정신으로서의 성 역할이 특징지어지는 젠더로서 전략화 되어 있고, 조국애 형성을 위한 모성담론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민족성 표상으로서 여성을 상징화한 작품도 많았다. 남북한은 민족의 의미를 다르게 다루고 있고 근대에 대한 해석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 문학에 표현된 여성의 정체성을 살펴보면 민족과 근대, 조국의 문제가 함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내 사회 모순적인 원리의 병행과 유지에 대해서는 북한의 가부장제적 사회주의 특성으로 설명되는데 여기에는 여성의 희생과 헌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편으로 2000년 이후에는 미세한 변화가 생겨 북한문학에 있어서도 새로운 작가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작품들이 대거 발표되고 있다. 북한 사회의 변화와 동반하여 북한문학 속 여성상도 변모하여 전체주의가 아닌 개인주의적 면모도 보였고 전체적으로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향상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여성을 주제로 하거나 여성적 글쓰기를 보이는 글들을 통해 남한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북한문학에 표현된 젠더 전략화나 모성이데올로기와 여성의 상징화에 대한 분석은 새롭게 변모되는 북한 체제와 이념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는 유효한 방법으로 여겨진다.